<교단소설1> 잘 하는 교사와 좋은 교사의 경계

by stark

늘 그렇듯, 경계는 흐릿했다.

선과 악, 따뜻함과 냉정함, 헌신과 강압 사이의 경계 말이다.

그 얇은 선 위에서 나는 자주 멈칫했다.


옆반의 호랑이 선생은 ‘실력 있는 교사’로 소문이 자자했다.

수업 시간마다 칠판은 알차게 채워졌고, 학부모들은 감탄했고, 학교장도 “본받을 만한 수업”이라며 늘 그를 언급했다.


아이들은 그 앞에서 유난히 조용했다.

복도에서 호랑이 선생의 발소리가 들리기만 해도, 아이들은 숨을 죽였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과서는 챙기고 다녀야지!”

“왜 아직도 정리가 안 됐어?”

“내 말 안 들려?”


생활지도라는 이름으로 던지는 말들은 분명 틀린 게 없었다. 하지만 그 말 속엔 여유가 없었고, 날카로웠다.


어느 날, 교무실에서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회의에서 부서 선생님과 의견이 충돌하자, 그는 말을 끊고 돌아섰고, 이후 업무 협조는 느려졌고, 의도적인 방해도 시작됐다.

말은 안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나는 결국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의 열정은 인정합니다. 다만, 그 방식이… 아이들에게 남기는 상처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동료 교사들도 점점 피곤해하고요. 교장 선생님께서 이 부분은 한 번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며칠 뒤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했다.

나는 그것으로 무언가 바뀔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3일 후, 호랑이 선생은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일부러 소리를 지릅니다. 이렇게 산만한 애들을 다잡을 수 있는 건, 나뿐이에요. 그거 아세요?

교장 선생님이 돌린 설문에서, 학생의 90%가 내 수업과 생활지도를 만족한다고 했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어깨가 축 처졌다.

나는 왜 그토록 조심스럽게 말하고, 왜 기다리고, 왜 아이들의 감정을 살피며 돌아가는 길을 택했던 걸까.


결국, 이 학교는 큰 목소리로 탁월하게 통제하는 그를 ‘좋은 교사’라 부르고 있었다.


그날 오후, 나는 텅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다독이며 챙겨주어도 변화가 더딘 아이들, 호랑이 선생에 길들여져 나의 목소리는 파묻혀 가기만 하고…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국로드트립29> 집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