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사건으로 충격과 상처의 시간을 보내던 중
호랑이 선생은 아이들과 함께 캠프를 떠났다.
그날 아침 학부모들이 거두어 준 찬조금 봉투를 받고서….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의 시작은 이러하다.
봄햇살이 따스하던 어느 날, 호랑이 선생은 자신만만하게 공개수업을 마치고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1박 2일 계획이었지만, 특별히 2박 3일 코스로 바꾸었어요. 별빛 언덕에서 캠프파이어도 하고, 옛 마을 골목 투어도 넣었죠.”
눈빛은 자랑으로 반짝였고, 손짓은 당당했다.
“혹시 아이들이 밤하늘을 보며 간식 하나쯤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 말은 마치 준비된 대사처럼 매끄러웠다.
그리고 몇 주 뒤 봄 축제날,
학부모 한 분이 형님 포스로 호랑이 선생에게 말했다.
“선생님, 우리 아이들이 평생 기억할 추억이라 들었어요. 간식은 제가 다 책임질게요. 계좌번호 주세요!”
그 후 캠프 출발 당일,
엄마들은 형님 포스의 그 엄마 혼자 간식비 쏘는 게 어딨냐며 우리도 다 내겠다 했단다.
그렇게 각출하여 모인 돈봉투를 대표 엄마가 선생님께 내밀었다.
“아유~선생님~, 마음껏 쓰시고 마음껏 먹고 싶은 것 드세요! 아이들과 좋은 시간 보내주세요~“
호랑이 선생은 엄마들의 지지를 한껏 받는 것을 아주 만족하고 기뻐하며 캠핑장으로 떠났다.
이 내용은 교무실 선생님의 목격과 나의 기억을 조합한 것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그것은 불.법.찬.조.금.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그 봉투를 덥석 받았는지
정말 이해가 안되고
그걸 자랑스레 떠벌리는 호랑이 선생의 정신세계도 이해가 안 된다.
괴로움과 답답함은 남은 자의 몫.
그 와중에 학교에 분란을 일으키게 될까,
교장과 호랑이 선생이 크게 다치거나 상처 받을까 걱정,
그래도 이건 아닌데… 혼란.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