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소설4> 남은 자들의 선택

by stark

산골마을 별바위초등학교의 5월은 유난히 분주했다.

호랑이 선생은 아이들과 별빛 마을 체험캠프를 떠났고, 교장은 대외 연수라는 이름으로 먼 도시로 자리를 비웠다.

남겨진 교사들은 긴 한숨 속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하오…”

마음이 무거웠다.

분명히 불법 찬조금이었다.

누가 보아도, 어떻게 보아도.


그러나 호랑이 선생은 캠프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놓았다.

“우리 아이들, 어마어마한 별빛 케이크도 먹고, 밤엔 별자리 솜사탕도 만들었지 뭐야.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 다 내 덕분이야!”

그러곤, 테이블 위에 척하니 장부 하나를 올려놓았다.

“자, 영수증이요. 그리고 남은 돈은 이만큼.”


교무실 선생은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직접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릴게요. 내가 봤으니까, 내가 해야죠.”


그날 오후, 교장을 만났다.

말은 짧고 정확했다.

“불법입니다. 적절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호랑이 선생은 당당했다.

“학부모님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에요. 아이들도 행복했잖아요? 그게 나쁜 일인가요?”

게다가 그는, 자랑까지 곁들였다.

“저요, 그 어머님 이미 내 편이에요~ 하하. 다음에도 뭐든 맡긴다고요.”


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을 그었다.

“음… 내가 전달은 했으니까. 책임은 없네. 잘 정리해요.”


그러고도 모자라 호랑이 선생은 나의 교실에 직접 찾아왔다.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나한테 좋은 것 하나 주고, 안 좋은 것 하나 주더라~

해외 연수 신청해서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

나의 실력을 아시는거지~

아, 이 얘긴 안 했지? 90만원 받았는데 40만원 쓰고, 50만원 남았거든? 너무 많이 남아서 20만원은 간식으로 써주고, 30만원은 돌려줄 거야~

내가 하는 일인데 문제 없어~”


나는 조용히, 오래도록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르게 피어난 나무 잎 사이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은, 어느 쪽에서 왔을까.

정의일까, 불의일까.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소란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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