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소설5> 내부 보고서

by stark

사건은 ‘메아리 교사’가 내부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책임자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외부에 사실을 알리겠다”고 선언하려다,

주변 동료들의 만류로 차분히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교장실에 전달된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이 일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런 무책임한 처리가 반복된다면,

교사 사회 전체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입니다.

관련 비용은 전액 반납하고, 확인 자료는 교무실 선생님을 통해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며칠 후, 나는 복도에서 호랑이 선생을 마주쳤다.

원래는 교실 방향도 다른데 어쩐지 나를 쫓아오듯 걸음을 맞췄다.


“아이, 선생님들 사이에 얘기가 많아서… 그냥 다 돌려주라는 말이 있었대요.”


내가 “네, 본인 돈으로 이미 정리하셨다고 들었어요.”라고 짧게 대답하자

호랑이 선생은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고, 어색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곤 방향을 바꿨다.


그 다음날, 우연히 문을 열고 들어간 교무실.

다른 선생님을 찾으러 간 자리였는데, 교장이 그 옆에 있었다.

교장의 얼굴은 나를 보는 순간 얼굴이 굳어 있었고,

말도 없이 고개만 살짝 돌렸다.


그날 이후, 호랑이 선생은 나를 완전히 외면했다.

교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우리 교실에 발을 끊었고, 회의 중에도 내 발언을 외면했다.

호랑이 선생이 좋은 교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의를 추구했던 내 마음은

유능한 교사를 시샘하여 뒷통수 치는 배신자로 왜곡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 그런 태도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가면 뒤에서 웃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노골적인 무시가 낫다.

적어도, 솔직하니까.


그들의 표정과 말투 속에서

무언가를 감추는 자의 불안과

들킬까 두려워하는 자의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마음속으로만 내뱉은 그 한마디로,

나는 긴 겨울 같았던 한 사건을 내 안에서 끝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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