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소설6> 조용한 전쟁

by stark

점심시간, 나는 아이들을 이끌고 급식실로 향했다. 복도 끝에서 마주친 호랑이 선생의 반은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지만, 급식실 입구에서 갑자기 멈춰 서더니 뭔가를 정리하는 척 시간을 끌었다. 나는 아이들을 재촉해 그 반을 지나쳐 급식실로 먼저 들어섰다.

줄을 선 채 아이들의 식판을 바라보던 그때—
뒤늦게 들어온 호랑이 선생이 별안간 다른 반 학생에게 굵고 무거운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운동 선수가 밥을 그렇게 안 먹으면 되겠냐! 으응?”

복식호흡 발성을 하는 그의 목소리는 듣는 자들의 귀를 찢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 시끄러워.”

순간 혀끝까지 올라온 말,
‘ㅁㅊㄴ 왜 저래’는
우리 반 아이들 앞이라 꾹 눌러 삼켰다.

그는 내 반응을 의식한 듯, 일부러 아이들과 더 시끄럽게 굴었다.
식사 중인 다른 선생님이 조심스레 말했다.
“얘들아, 조금만 조용히 하자~”

그 순간, 호랑이 선생은 아이들과 더 크게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즐거운 담임 선생님’의 연기를 시작했다.
과하게 들뜬, 일부러 과장된, 소란스러운 파열음.

이건 의도적인 시위였다.
자기 과시이자, 나에 대한 조롱이었다.


그의 유치함은 익숙했다.
얼마 전, 옆반 선생님과 갈등을 겪고 난 뒤에도, 일부러 우리 반 교실 앞을 지나며
“선생님~ 같이 복도 산책해요~ 밥 먹고 움직여야죠!”
라며, 과시적인 말투로 옆반 선생님의 약을 올렸다.

이제 그 화살은 나를 향하고 있다.
그는 내가 옆반 선생님과 즐겁게 대화 나누며 점심을 함께 먹기라도 하면
굳이 멀찍이 앉아 더 큰 목소리로 아이들을 다그쳤다.

그는 사람의 반응으로 자신이 존재함을 확인하는 공허한 광대다.

그의 이런 행태가 나를 향한 것이라는 사실보다,
비상식이 일상이 된 듯한 이 조직의 공기가 더 끔찍했다.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참았다.
숨을 참듯. 말을 참듯. 감정을 질식시키듯.


덧붙이자면—
호랑이 선생은 이제 나를 타겟으로 삼았다.

나를 괴롭히기 위해 한때 등을 돌렸던 생활 선생님과 교무실 선생님에게 지나칠 만큼 공손하게 군다.
나는 본다.
그 얄팍한 권모술수.

‘찌질하다’는 말은 너무 약하다.
이 조직 안에서 자기 혼자만의 드라마를 찍는 자기애 중독자다.


나는 그를 조용히 적어두었다.

마음의 수첩 한 귀퉁이에.
그리고 언젠가, 이름 없는 챕터로 써 내려갈 것이다.
교사라는 이름을 가장한, 작고 유치한 독재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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