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외출 후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 문 앞 클로짓이 열려있고 물건들이 쏟아져 있었다.
남편과 “이거 왜이래?”했는데
화장실 불이 켜져 있고
화장실 안 작은 창고 문이 열려 있었다.
“누가 왔다 갔는데??” 하다보니
갑자기 “도둑?” 생각이 스치고 고개를 돌려보니
주인 소유의 55인치 tv가 없다.
(그 티비는 우리 첫째 아들이 닌텐도 게임을 하다 깨 먹고 새로 장만한 것이다.)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니
거실 곳곳에 누군가가 온 집을 헤집고 다닌 흔적이...
그렇다.
도둑이 들었다.
Tv와 우리 남편의 모든 공부 자료가 들어있는 노트북,
아이패드들 등 전자기기들을 다 털어갔다.
다시 살펴보니 문을 뜯고 들어온 흔적부터
열심히 구석구석 다 뒤진 흔적으로
우리 여권, 내 한국 유심, 신용카드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내가 이전에 그토록 찾아 뒤집었지만 결국 못 찾았던
usb도 도둑님이 잘 찾아 던져 놓으셨다.
가져간 물건도 물건이지만
얼마나 열심히 뒤졌는지 모든 서랍을 다 열어 헤집고
침대 매트리스까지 들어 넘겨놨다.
그야말로 집이 쑥대밭.
esl class에서 배운대로 911에 신고도 해보고
총 가진 폴리스 5-6명이랑 대화도 해보고
지문채취와 사건 조사하는 사람도 만나보았다.
우리 교회 부목사님이 연락 받자마자 달려와 주셔서
통역도 해주시고 함께 해 주셔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해결되었다.
미국인 집 주인은 연락 받자마자 누구 다친 사람 없냐고, 아이들은 괜찮냐며 걱정해주었고
리얼터는 경찰이 떠나자마자 곧바로 뜯겨진 문을 고쳐주며 오늘밤 안전하게 잘 수 있도록 확인, 재확인을 해 주었다.
가진 게 없어 좀도둑에 불과했을텐데 경찰들이 10분 안에 출동해서 성실하게 조사해주고 최선을 다해주어 경찰을 보는 마음이 달라졌다는. ㅎㅎㅎ
당분간 정신적 충격과 씨름해야겠지만
목사님이 쑥대밭이 된 집에서 기도해주셨을 때
주님의 날개가 우리 집을 덮고 있는 것을 보게 해 주셨다.
평소 못 보던 환상도 보고 ㅎㅎㅎ
그 동안 밋밋했던 가슴에 말씀이 살아 움직였다.
없어진 물건은 보험사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물건들은 다시 구입하면 된다.
절대로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되어 감사하다.
뒤집어진 집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는데
갑자기 빵 터졌다.
도둑님들이 너무 열심히 뒤졌더라.
귀보석들이 있어야 할 곳에 엉뚱한 마스크팩들이 채워져 있고
뭔가 은밀한 서랍장에 성실하게 옷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참 헤집으면서 화가 났겠다… 싶고,
한 일에 비해 얻은 게 너무 적었겠다 싶어 도리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난한 유학생 집을 노린 너네들의 실수다. 좀더 전략적으로 살길…)
나의 나쁜 소식을 접한 esl 선생님이 위로의 허그를 해주러 난생처음 한국 음식점에 가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뭐가 좋을까 묻고 고민하며 고른 한국 음식을 사들고 오셨다.
미국 경찰들은 CCTV가 없으니 우리 옆집부터 옆옆집, 앞집 뒷집 온 타운을 직접 다니며 “저 집 도둑 맞았어. 너 혹시 도둑봤니?”라며 조사같은 소문을 내며 다녔고,
이후 은근히 동네 사람들에게 이상한 시선을 받는 듯한 느낌에 외로웠던 찰나 나를 찾아와 준 선생님이 너무 큰 위로에 진한 감동이었다.
*잃은 물건 리스트:
-좀 아까운 것들: 아이패드 2대, 맥북1, 아이폰1, 망원경, TV
-좀 웃긴 것: 남편 겨울 잠바
-좀 이해가 안 가는 것: 코스트코에서 산 키친타올 번들(이건 왜????)
*무엇이 무엇이 없어졌나? 숨은 그림찾기 하는 경험도 참 흥미로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열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둔 얼마되지 않는 현금은 못 봤는지 안 가져갔다. 아, 너무 소액이라 안 가져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