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마치고 교실 문을 열려던 찰나, 교무실에서 누군가 급히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옆 학교에서 지금 학생들 데리고 오라고 연락 왔어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오늘이 그날이었나?
옆 학교에서 진행되는 작가와의 만남, 그것은 학기 초 교육청에서 주관한 행사였다. 우리 학교는 정원 수 문제로 모든 학년이 참여할 수 없어, 교육청 장학사가 양해를 구하며 옆 학교와 합반해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사정을 이해했고, 호랑이 선생에게도 사정을 차분히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며칠 뒤, 교육청에서 보내온 책 박스를 그대로 들고 호랑이 선생 교실로 갔던 기억이 선명했다.
“이 책, 아이들이랑 미리 읽고, 작가님 만나는 날에 가져가서 사인 받으면 돼요.”
호랑이는 책을 받아들었다. 별말은 없었다.
시간은 흘러 7월, 정신 없는 업무 속에서 달력조차 의미 없는 풍경이 되었을 즈음—
나는 그날을 ‘다음 주’라고 착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이었다. 아직 30분은 남아 있었고, 옆 학교는 도보 3분 거리.
지금이라도 안내하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나는 호랑이 선생 교실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 지금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출발하셔야 해요.”
“무슨 말이에요? 난 그런 거 들은 적 없는데요.”
“예? 그때 안내 드렸잖아요. 책도 전달드렸고요.”
“그런 거 몰라요.”
“공문도 왔고, 공람도 다 했고요.”
“근데 왜 내가 가야 하는데요?”
“…행사 담당자로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교육청에서 정해진 일이에요. 약속된 일이고요.”
“난 안 가요. 가기 싫어요.”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서로의 눈빛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차디찬 공기 속에 교실은 고요했지만, 내 안에서는 분노와 당혹, 책임감이 엉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럼… 모든 책임은 선생님이 지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입술이 떨렸다. 나는 교실을 나섰다.
옆 학교에는 뭐라고 전해야 하나?
장학사님은 먼 길을 오셨을 텐데. 작가님은 또 어떤 기분일까?
정말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하필이면 교장은 출장 중이었다.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문자로 주세요.”
나는 손이 떨리는 가운데서도 최대한 감정을 빼고, 담담하게 사실만을 정리해 문자로 보냈다.
곧 도착한 교장의 답변.
“네. 알겠습니다.”
…그게 다였다.
정말로 알기만 하면 되는 일인가?
교장의 존재는, 또다시 무책임함의 빈자리를 남겼다.
그 다음 날, 교장실로 불려 들어갔다.
교장은 말하길, 호랑이 선생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단다.
“갑자기 찾아와서 가라니까 당황스러웠대요. 비도 오고, 자기 수업을 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차분히, 그러나 더는 참기 어려운 마음으로 교장에게 공람된 공문을 캡처해 메신저로 보냈다.
잠시 후 교장에게 돌아온 답.
“공람된 파일에는 ‘00초(0명)’이라고만 나와 있네요. 몇 학년이 간다는 말은 없는데요.”
순간, 숨이 막혔다.
‘00초(0명)’은 우리 학교의 호랑이 반 한 반을 지칭하는 표현이었고, 그 사실은 이 학교에서 일하는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하지만 교장은 그걸 모른다고 했다.
아니, 모르는 척을 한 걸까.
아니면 정말, 아무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게 이 학교의 시스템일까.
그날 밤, 나는 어지럽고 아팠다.
나는 또다시 무책임한 구조 속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