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수다가 급식실을 메우고, 금속 수저가 플라스틱 식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바쁘게 오가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웅웅—
기묘한 소리로 급식실의 공기가 뒤흔들렸다.
“선생님들 중에 배달 시키신 분 있어요?”
호랑이 선생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알람처럼 울려 퍼졌다.
그는 다시 한번, 이번엔 더 크게 외쳤다.
“김진 선생님, 배달 시켰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됐거니와 무례했다.
공공장소, 그것도 전교생이 식사 중인 곳에서 특정 교사를 지목해 묻는 그 방식은…
누가 들어도 ‘의도적’이었다.
“교무 선생님, 배달 시켰어요?”
그러더니 옆에 앉은 교무샘에게 물었다.
교무샘이 당황하며 “아, 그거 제가 시킨 건 아니고 저한테 왔어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실실 웃으며 “거짓말 하고 있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식판을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앉아 식사하는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선생님~ 그러면 안 돼요~ 큰일 나요~”
낮은 속삭임이 아닌, 모두 들으라는 외침이었다.
그는 ‘공개 망신’을 주려는 듯 보였지만,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는 내용의 이야기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말하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아 보였다.
교무샘은 그럼 저한테 배달 보낸 사람에게 전화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할게요! 라며 밥을 먹다 말고 나갔는데,
그 뒤를 호랑이샘이 따라 나갔다.
나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또 무슨 일을 꾸미나...
식사를 거의 마친 다른 남자샘에게 슬쩍 귓속말을 했다.
“혹시, 교무샘 좀 따라가 봐 주세요.”
그가 불쑥 교무샘을 따라간 것도, 말투도, 모든 것이 위협처럼 느껴졌다.
식사 후,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옆 반 교실을 들렀다.
그런데 내가 뒷문으로 나가는 것과 동시에 앞문으로 호랑이 선생이 그 교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잠시 멈칫하다 걱정되는 마음에 다시 교실로 들어가 보았다.
비정상적인 존재가 교실을 가득 채운 듯한 그 위압감에 몸을 돌려 들어갔다.
“그거, 그러면 안 돼요~
진짜 큰일 나요~
배달 시키면요, 책상에 컵 탁 내려치고 그래요~!”
이유 없는 반복, 맥락 없는 멘트, 실실 웃는 얼굴.
마치 괴한의 조롱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마지막 멘트를 통해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며칠 전, 교무 선생님에게 지인이 깜짝 선물로 보낸 음료 3-4잔이 배달되어 왔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안 교무 선생님은 부랴부랴 교무실로 가서 음료를 교무실에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어떻게 해석 되었는지,
너네도 자기네들끼리 음료수 배달시켜 먹었으니 컵을 탁 내려치는 일은 잘못된 일이 아니냐는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태도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직업병 때문인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싶어 유심히 듣던 나는
저 궤변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그만하세요.
나가 주세요.
나가세요.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냉정하고 또렷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차가운 눈빛과 단호한 말투.
차도녀 이미지 때문에 평소 손해가 많다고 생각했던 나는
오늘 그 차가움을 한껏 발휘했다.
호랑이 선생은 잠시 웃음을 멈추고 뒷걸음질쳤다.
“알겠어요~ 나갈게요~”
기묘하게 웃으며 교실을 나갔다.
교실에 남은 두 사람.
심장이 뛰고, 손이 떨렸다.
이건 단순한 말다툼이 아니었다.
위협이었다.
교장은 이 상황을 이렇게 해석했다.
“여교사들이 예민해서 괜히 본인에게 화를 푸는 것”이라고.
덧.
1. 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랑이 교사가 우리 교실에 쳐들어오면 난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남편은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건 일만 더 커져. 녹음이나 영상 촬영을 해.”
2. 4차원적이지만 직관적이고 정 많은 동료 교사 한 명이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경찰이 와도 결국 교장실에서 인사나 하고 가.
얼굴에 침을 뱉으면 벌금 5만원인데 5000만원어치의 마음의 상해를 입힐 수 있어!”
나는 원래 침 양도 적은데, 얼굴에 조준까지 해야 하니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