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간이 한창이었다.
수학이 힘든 우리 반 아이들과 단원을 마무리하는 날이라, 그 동안의 노력을 칭찬하며 아이들과 게임을 곁들여 즐겁게 마무리하려는 참이었다.
숫자가 춤을 추고, 웃음이 번져가던 그때—
복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했지만, 그 말투는 꼭 전투처럼 날카로웠다.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은 왜 평범한 말조차 공격처럼 들릴까.
잠시 후, 교실 문이 살짝 열렸다.
문틈 사이로 사색이 된 교무 선생님의 얼굴이 보였다.
“도와주세요…”
그 한마디로 이미 사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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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랬다.
우리 학교는 학기 초, 여러 가지 필요로 ‘바른체형’ 프로그램을 신청해 주 2회 외부 강사가 강당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호랑이 선생은 체육 수업으로 수업 발표대회를 준비 중이라 체육 수업을 본인이 하고 싶어 그 수업에 불만을 가졌지만, 결정 당시 별다른 반대 없이 동의했다.
(나는 그가 원만히 협의하길 바랐다.)
그런데 학기 말이 다가오던 7월,
그는 복도에서 교무 선생에게 느닷없이 통보했다.
“7월부터 우리 반은 바른체형 수업에서 빠지겠습니다.”
이건 단순히 한 반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반이 빠지면 강사의 수업 시간표부터 행정 절차까지 전부 꼬이게 된다.
하지만 설득이 불가능한 상대였기에, 교무 선생님은 대신 강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며 뒷수습을 한 뒤, 우여곡절 7월 수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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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강사는 원래 하던대로 다른 반 아이들과 강당에서 바른체형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랑이 선생과 아이들이 강당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그는 “이 시간, 강당은 내 반 체육 시간인데 너네들은 뭐야?!“라며 화를 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교무 선생을 찾아가,
복도 한가운데서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었다.
그 소리는 수업 중인 교실 문을 흔들고,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교무 선생이 다급히 말했다.
“선생님, 다른 반 수업에 방해됩니다.
교무실이나 교장실로 가서 얘기하세요.”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한 번 점화된 말은 거친 파도처럼 쏟아져 나왔다.
“나는 교육과정대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목소리가 복도에 꽂혔다.
나는 참았던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옆 반 문이 열리고, 다른 선생님들이 하나 둘 나왔다.
심지어 스멜 선생까지 놀라 뛰어나왔다.
그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교무 선생의 말도, 나의 제지도 모두 허공에 흩어졌다.
결국 교장 선생을 호출했다.
그리고—
교장이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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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은, 상황을 설명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여교사들에게 “왜 나한테 화를 내냐”며 버럭했다.
나는 속이 바짝 타들어가면서도 말했다.
“교장으로서 판단하시고, 교장의 역할을 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날 복도의 전쟁터는,
아무 결론 없이,
그저 또 하나의 ‘이상한 사건’으로 기록될 뿐이었다.
덧.
호랑이는 교장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말했다.
“저는 소리지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목소리가 커요. ”
스멜 선생도 교무실에 가서 여러 선생님들에게 말했다.
“소리 안 질렀어요. 그쪽 사람들이 자꾸 문제를 만드네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