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소설16> 직장내 괴롭힘 신고

by stark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10월의 차가운 바람이 교실 창문을 스치며 들어왔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돌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서서, 노트북을 켜고, 텀블러와 머그컵을 챙겼다.

아침의 짧은 평화였다.


그때—

운동장 한쪽에서, 단단하게 다져진 신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호랑이 선생이었다.

그는 땀에 젖은 셔츠를 매만지며, 숨을 고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아침 달리기, 임장 지도하시죠.”


그의 목소리에는 요청이 아닌 명령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단순한 ‘달리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 이어져 온 갈등, 얇게 눌러 놓았던 불씨가

다시 바람을 맞은 듯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알아서 지도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심장마비, 쓰러짐, 책임 소재… 그리고 뜬금없는 말들.


“개인 다이어트할 때는 잘만 나와서 뛰더니…”


그 말이 내 가슴 속을 차갑게 긁어내렸다.

평생 해 본 적도 없는 다이어트를, 그는 나를 조롱하는 무기로 썼다.

교사가 아닌, 그냥 놀림감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커피잔만 바라봤다.

말싸움의 링에 오르지 않기 위해.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결국 나는 교장실로 향했다.


그는 ‘그래, 갑시다’라며 따라왔다.

교장실 문이 닫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교장은 중간에서 그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옳다는 듯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학교에서 나를 지켜줄 울타리는 없다는 것을.



며칠 뒤, 나는 교육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직장 내 괴롭힘”

이 단어가 종이에 적히는 순간, 내 심장은 서늘하게 떨렸다.


그러나 결과는… 분리조치.

그마저도 절반짜리였다.

그는 여전히 학교 안에서 돌아다녔다.

그리고 ‘내가 신고를 당했다’며, 피해자인 척 포장하고 다녔다.

스멜 선생은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다.


“그 사람 조심해. 무서운 사람이야.”


소문은 비수였다.

몇몇 교사들은 나를 피했고, 교무실에서 자주 모여 그글만의 소설을 썼다.

그들이 만든 ‘따로’의 공간.



그리고 어느 날, 점심 종이 울리기 직전,

우리 반 앞 복도에 호랑이 선생반 아이가 태블릿 충전함을 놓고 갔다.

우리반 아이들이 그것을 다시 호랑이 선생반 교실로 밀고 갔을 때,

그곳에서, 번개 같은 소리가 터졌다.


“케이블은?!!! 케이블도 가져와야지!”


그 목소리에 아이들이 얼어붙었다.

내 손도 떨렸다.

분리조치를 약속한 지 몇 일도 안 됐는데…

그의 ‘크게 울리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를 덮쳤다.



그해 나는 별바위초의 구조적 모순을 똑똑히 보았다.

사람들이 침묵하는 이유,

소문이 사실보다 빨리 퍼지는 이유,

그리고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 살아남는 방법을.


이제, 겨울이 오고 있다.

눈이 내리면, 그 모든 흔적이 덮일까.

아니면, 차갑게 얼어붙어 더욱 선명히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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