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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 Nov 03. 2024

<파견일기2> 습한 날

2015.7.23

무더운 여름날이다.

텁텁하고 습한 날.

우리 반도 참 습하다.


지난 주.

ㄱㅇ이 엄마는 투병중이 아니라

이미 돌아가셨음을 알게 되었고

나는 상담자였음에도

웃고 있는 내담자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점점 메말라가는 ㄱㅇ이에게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널 지켜보고 계실꺼다,

너희 엄마 나랑 동갑이니

내가 너의 두번째 엄마가 되어 주겠다 하며

울었다.


3일 전.

갑작스럽게 한 명의 학생이 전학을 갔다.

ㅇㄹ이는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옆 동네 학교로 전학갔다.

그러나 남아 있는 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하루종일 우울하고 그리웠다.

ㄱㅇ이는 한번도 학교에서 운 적이 없었는데

ㅇㄹ이를 배웅하고 돌아서서 울었다.


그리고 오늘.

원어민 선생님과 마지막 영어 시간.

깊은 정이 들었다기보다

연속적인 이별에 감정이 솟구쳤는지

ㄱㅇ이는 또 울었다.

중간놀이 시간에 과자파티에 원어민 선생님을 초대했다.

ㄱㅇ이는 나탈리 선생님의 손을 끌어 매트 위로 앉히더니

갑자기 큰 절을 했다.

그리고 그대로 엎드려 울었다.

나도 울었다.

쉽게 그치지 않는 ㄱㅇ이를 꼭 안아주며

슬플때는 우는 거다, 그게 좋은 거다

한참을 그랬다.

중간놀이 시간은 길지만 늘 짧다.

울지만 말고 이제 먹자. 하며 달래도

계속 우울하다.

결국 원어민 선생님의 특처방! 개인기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ㄱㅇ이는 오늘의 눈물로 얻은 게 많다.


1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며 가벼워진 표정

2 원어민 선생님께 존재감 상승! 이메일 주소 따내고

3 심지어 20살에 집에 초대해주기로 약속함. 수능치고 알바해서 미쿡 마이애미에 놀러 가기로 함.


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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