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록: 10대의 사유일기 - 7

소중한 사람과의 어쩌면 영원한 이별에 대해

by 이상우



방금 나는 한 시대가, 한 세계가 끝났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나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조금의 두려움을 느꼈다.

나는 옛날부터 ‘소중한 사람이, 가족이 죽으면 슬픈 것이다, 슬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배워왔고,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슬퍼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적어도 나는- 나와 다른 소중한 존재가 사라져서 슬픈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구축했던 소중하고, 따뜻했고, 미웠던 등등의 감정을 준 기억의 ‘전달자’가 물질적으로 사라졌다는 것에 슬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는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 가족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우리와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꼭 자신의 ‘내면을 구축했던 기억의 생성’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각자만의 색깔이 있다. 그렇기에 각 색깔이 섞여 조화를 이룰 때도 있지만, 그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설령 그것이 ‘소중한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다. 즉, 설사 가족이라고 해서 그의 내면을 구축한 사람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라고 나의 썩어빠진 이성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정말 ‘소중한’ 사람과의 어쩌면 영원한 이별은 슬프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나는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길거리를 거닐고 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은 그곳엔 나의 작고 여린 다리를 그저 묵묵히 주무르고 계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마치 그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더욱더 강하게 눈을 감으면 우리를 위해 맛있는 간식을 사 오신 그의 웃는 모습이, 무덤덤하고 서투르지만, ‘사랑’이 느껴지는 그의 몸짓과 말투가 느껴진다. 나는 살며시 눈을 뜬다.

‘뚝뚝’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 이제 이런 할아버지는 더 이상 이 세계에서 볼 수 없는 거구나.’

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면으로 침잠한다.

사람에겐 이성과는 상반되는 마음(감정)이란 것이 있다. 마음은 이성보단 부드러워 그 접근이 보다 용이하다. 그것이 ‘사랑’을 부여한 거라면 더더욱. 이 사랑은 마음에 침투함으로써 대상에게 크나큰 고통이 없는 상처를 입힌다. 이것은 일종의 종속의 낙인으로, 상처를 입힌 대상은 상처를 입은 대상에게 있어 자신에게 있어야만 하는 존재. 아니, 있는 게 ‘당연한’ 존재가 돼버린다(내 옆에 있는 게 당연해지니까, 다소 무례해질 때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상처를 입힌 대상이 (영원히) 떠나게 된다는 것에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종속의 낙인은 사라지고 상처는 그 아가리를 벌리고 고통을 쏟아낸다.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마음은 근원자의 사랑을 요구하지만, 이미 그 근원자는 떠난 지 오래다.

눈물을 머금은 눈을 손으로 비비며 나는 있는 힘껏 하늘로 손을 들어 올린다.

“당신은 그곳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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