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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onto Jay Dec 10. 2022

100억 금궤가 우리 집 마당에 묻혀있답니다.

"이 집주인 되세요?

100억정도 되는 금궤가 마당에 묻혀 있다던데요"


구경 좀 하고 가겠습니다.


유창한 일본말로 통역을 하던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이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 던집니다.


지은 지 45년 된 공시지가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충북 소도시 한복판 우리 집 마당에

백억 원 넘는 금궤가 묻혀있답니다.


50년 전 이 집을 아버지가 처음 샀을 때.

일본식 전통가옥이었던 그때.

몇 년 만에 그 일본가옥을 헐고 벽돌집을 짓고 그저 평생 집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내기에 바빴던 부모님이셨습니다.

집 사고 50년이 지났지만 대지 60평 건평 35평인 이 흔하디 흔한 시골 주택은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었습니다.


굳이 하나 찾아내자면 원래 이 집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순사 대장이었던 일본 경찰청장 관사로 지어졌다는 것이었는데.

광복이 되면서 그 집 식구들이 하루 만에 급히 이 집을 버리고 일본으로 도망갔고.

 그 후 도의 자산으로 편입되었다가 일반인에게 매도되면서 우리에게까지 넘어왔다는 건

분명히 입증된 사실이었습니다.


일본 관광객 십여 명이 우리 집 담장 너머로 고개를 빼들고 집 구경 아니 마당 구경하던 그때였습니다.


40년 전 집 건너편 지금은 없어진 당시 국민학교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찾아온 적이 있는데

일제 강점기 시절 이 학교에 다녔던 일본인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그 당시 일본인 경찰청장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 이 집 마당 깊숙이 지금 돈으로 100억이 넘는 금궤를 묻고 떠났다가 찾으러 오지 않았다란 이야기를 한잔 술과 함께 불콰하게 버스에서 이야기했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학교 구경은 뒤로한 채 우르르 우리 집으로 몰려와서 마당을 구경하고 간 것이 이 소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버지의 헛기침소리는 현금 백억 부잣집 대감님의 거드름 소리처럼 들렸고

부엌의 어머니 상차림 달그락 소리는 더 이상 힘든 부엌살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게 마지막 수고일 거라고 소리치는 행복에 겨운 외침으로 전해왔습니다.


모두가 잠든 어둑한 새벽녘.

인부 몇 명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집으로 찾아왔고 차라리 대낮에 하면 이상 하지나 않았을 그 괴이한 작업을 마치고 돌아간 아침. 그 누구 하나 전날 들었던 헛기침과 부엌의 달그락 소리 내지 못한 채 공연히 파헤친 마당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의 눈에는 그저 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궁금하기만 했으나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꼭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고 살림 팍팍해지고 여기저기 돈 나갈 일에 몸과 마음 지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터넷에서 금속탐지기를 검색하게 됩니다.

곡괭이와 삽을 쿠팡 장바구니에 담아 넣습니다.


그전에 어머니께 솔직히 물어나 볼까 생각해봅니다.

그날 금궤는 어떻게 하셨는지.

너무 많아 그냥 다시 묻어 둔 것은 아니신지.


010-9●●●-7●●●

전화기 속 어머니 목소리 듣고

 추운데 조심히 다니시라고 안부 한마디 남기고 끊습니다.

차마 묻지 못했습니다.


고민 고민하다 내린 결론입니다.


아들 위해서 그냥 비밀처럼 마당에 소문과 사실을 함께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시간 흘러 아빠에게 고마워하며 그 아들의 아들에게 내 아들도 그리할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우리 집 마당 속에는 아무도 그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의 비밀이 묻혀있습니다.


풍문으로 들었소 song by 장기하와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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