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되어 버린 날

feat. 금성사 냉장고가 품었던

by Toronto Jay

"박하사탕 같다"라고 생각했다


시골 고향집.

30년 넘은 금성사 냉장고 냉동실.


아무렇지도 않은 채 구겨 넣어 두었던 오래된 아이스팩.

그 아래 무심하게 울지도 않고 깔려 있던.

흰색과 푸르뎅뎅한 색깔이 이제는 섞여버린.

오래되어 버렸지만.

그것은 분명.


박하사탕이었다.


저걸 먹어도 될까?라고 고민하는 순간.


박하사탕은 이미.

모양새 구겨져 못 생겨져 버린 모습 내보이며.

아이스팩 아래로 더듬어지고 있었다..


반정도는

비닐이 까지고

반정도는.

그래도 "아직 나는 사탕입니다"라고 외치는 듯한.


그래서 고민을 했었나 보다.

"못.생.겼.다".


그리고 떠오르는 고민 하나 더.


"손이 시릴 거다".

"시리다".

"시렸었다"로 변하는 그 순간을 기억한다.


차가움에 대한 고민보다는 생기다 만듯한 박하사탕의 모양새가.

더 망설이게 되었음이 분명하다.


손은 이미 뻗어져 버렸다.

얼음인지 눌어붙은 사탕인지 구분이 안된다.

저도 나오기 싫은 듯 고개 돌려 부여잡고 애써봄을 느낀다.


역시 끈적하게 차갑다.


역시 박하사탕

"일거다".

"인 것 같다",

그리고 "이었다"로 흐르던 시간.

엉덩이 살짝 들어 내게로 억지인 듯 들려온다.


비닐조차 색 지키지 못한.

비닐마저 지키려 덮어주지 못한.

비닐까지도 거부해 버린 듯한 게

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고민이 되는 순간과.

고민을 해볼까 하는 찰나와.

고민을 했었네 하는 시간이.

박하사탕 머릿속에 교차했음을 손끝으로 기억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버린 어느 날.

냉동실 그 못생긴 박하사탕이.

핸드폰 화면캡처의 순간처럼.

찰칵 소리 도드라짐을 뽐내며.

머릿속에 박혀 왔다.


2025년 5월.

마누라님과 아드님이 살아 내고 있는 이곳.

캐나다. 토론토. 에토비코.

한적한 주택가 일요일 아침.

어쩌면 한국서 마시던.

씨유 편의점 1000원짜리 커피보다

훨씬 쓰디쓴.

이름 모를 캐나다 블랙커피 한잔과.

벨몬트 담배하나 물고 집 밖에 나선 순간.


질기게 익숙함을 "느꼈다".


언젠가 냉동실 아이스팩 아래 깔려있던

박하사탕을 꺼내려하던.

그때와 무척이나 "닮아있다".


낯선 풍경과 공기가 훅하고.

내 소매 사이와 목덜미 옷깃사이로 들어와.

가슴팍서 가볍게 악수하던 그 순간.


나는 그 못생겨졌고 짓이겨졌으며

비닐조차 색 바래 버리며 거부했던.

그 박하사탕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리고. 나는 왜

아름답다 칭찬하던.

캐나다 토론토의 아침 공기 머금은 하늘이.

그 온도 조절이 더 이상 안 되는.

30년 넘은 금성사 냉장고 냉동실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담배연기가 초롱한 캐나다 일요일.

에토비코 주택가 아침공기를 더럽힌다.


바람조차 불지 않아.

어리숙한 혹은 아직도 어설픈.

나의 입안에서 퍼져 나와 일그러지더니.

머리 위에 모양새 하나 만든다.


그때 보았던 못생기게 굳어버린

아이스팩 그대로이다.


부족하게 치켜뜬 눈.

도망가던 라쿤 한 마리 어물쩍 뒤돌아보는. 꼬락서니 닮았다.


꼼짝 않던 담배연기 바라보며.


그렇게 그날아침.

언젠가 그날 그곳.

박하사탕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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