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어요!”
학생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리자, 다른 아이들도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얼굴엔 약간의 성취감과 함께 다음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 있었습니다.
“작가는 왜 이 장면을 넣었을까요?”
질문이 끝나자 교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방금까지 책장을 바쁘게 넘기던 손길이 멈추고, 학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빠르게 읽는 데엔 익숙했지만, 한 번 멈춰서 깊이 생각하는 건 낯설었던 거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우리는 종종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살아갑니다. Slow Reading Club(SRC)에서 제가 추구하는 건 바로 그 반대예요. 느리게 읽으며 텍스트와 깊이 교감하고, 단어와 문장 속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지요.
저는 토머스 뉴커크의 <The Art of Slow Reading>을 읽고 슬로 리딩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 책은 독자가 텍스트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도록 여섯 가지 실천법을 소개하는데요, 그 내용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Performing: 책을 읽는 순간,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텍스트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
Memorizing: 텍스트의 일부를 암기해서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문장과 단어를 내면화하는 것.
Centering: 중요한 구절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남기며 텍스트와 대화하는 방법.
Problem Finding: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에서 멈춰, 그 의미를 탐구하고 문제를 발견하는 과정.
Reading like a Writer: 작가의 어휘와 문체, 구조를 살피며 작가의 시선으로 텍스트를 읽는 방법.
Elaborating: 단어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 텍스트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
이 여섯 가지 실천법은 저에게 독서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줬고, SRC의 철학을 형성하는 데 큰 영감을 줬습니다.
슬로 리딩은 단순히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닙니다. 그건 텍스트와 대화하는 특별한 시간이죠. 책 속 특정 구절에서 멈추고, 그 단어들이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귀 기울이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줄거리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책과 교감하며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SRC에서는 이 과정을 Pause & Ponder(멈추고 숙고하기)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독서 중 특정 문장이나 순간에 멈춰, 그 의미를 깊이 탐구하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시킵니다. 그 지점을 IU Points(Interesting or Uncomfortable Points)라고 부르는데, 이는 텍스트가 우리를 멈춰 서게 만드는 순간들이죠.
한 회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 광고 있잖아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슬로 리딩이 바로 그런 거 같아요.”
다른 회원은 이렇게 말했어요.
“예전엔 빨리 읽고 줄거리만 파악했는데, 슬로 리딩을 통해 책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발견했어요. 이제는 남들과 경쟁하듯 빨리 읽지 않아요.”
제가 SRC의 리더로 활동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독서가 단순히 책을 읽고 끝내는 일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삶의 조각들을 발견하는 여행이라는 점입니다. 느리게 읽는다는 건, 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한 권의 책에 깊이 빠져들어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는 방법이에요. 그렇게 한 권을 천천히 읽으며 우리는 텍스트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더 풍성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슬로 리딩은 독서를 예술로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철학입니다. 제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잠시 멈춰 보세요. 그리고 당신의 삶에 깊이를 더해줄 문장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 보세요. 느리게 읽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 여정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