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딜레마"

To travel or Not to travel: 사라지기전에 떠나라

by Story P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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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병석에 계시고, 손자는 나를 찾는다. 그런데 항공 마일리지는 올해가 지나면 사라진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얼마 전, 항공사에서 온 문자 한 통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올해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마일리지가 소멸됩니다.”

소멸? 힘들게 모은 마일리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고?

나는 황급히 항공사 마일리지숍에 접속했다. 하지만 화면에 떠오른 건 차갑고도 가혹한 현실이었다.

“현재 이용 가능한 상품이 없습니다.”

뭐?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스크롤을 이리저리 내려보았지만, 품절 표시만 줄줄이 이어졌다.

결국 눈에 띈 건 이 한 줄이었다.

“이마트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해 보세요!”

…이마트라니. 내가 그동안 쌓아온 마일리지를 쌀이나 사는 데 쓰라고?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일리지를 이용하려면 1년 전에 예약해야 원하는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러나 1년 뒤 내 상황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어머님은 병상에 누워 계시고, 손자는 내 손길을 기다리는 상황. 아직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모든 걸 두고 남편과 여행을 떠난다는 건, 내 자리를 비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렇게 마일리지를 포기하는 것도 찜찜했다. 손바닥 위에서 사라져 가는 모래알처럼 느껴졌다.

'그래, 사람이 어디 밥만으로 살 수 있나?' 때로는 마음을 채우는 무언가가 더 절실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때, 남편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이럴 때 그냥 떠나는 것도 용기가 아닐까?”

책임감으로 묵직한 삶을 살아온 남편. 개천에서 용 난 경상도 맏아들로, 늘 가족의 중심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그가 이런 말을 하다니.

“여행을 가자는 뜻이 아니라, 너를 위한 결정을 하라는 거야.”

그의 말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결국 우리는 비행기표를 구매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특별할 것 없는 가까운 일본. 제주도보다 조금 더 먼 거리였다. 하지만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게 끝날 것 같던 비행기 표 예약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좌석이 없습니다." 같은 안내문이 계속 화면에 뜨며 우리를 멈춰 세웠다.


과연 이 여행이 옳은 선택일까? 뒤에 남은 일들은 어떻게 될까? 잠시 불안한 마음이 스쳤지만, 남편은 내 옆에서 묵묵히 화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결국엔 해결될 거야. 그게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진짜 이유일지도 몰라. 이런 고민도, 이런 기다림도 결국 우리를 떠나게 만들겠지."

그 말에 문득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리는 딱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 여행은 계획하지 않는다.”

그동안 삶을 너무 빽빽하게 살았으니, 이번엔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흘러가는 대로 맡기기로 한 것이다.

마일리지가 사라지는 걸 걱정했던 내가, 사실은 잃고 싶지 않았던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비행기 표 하나를 사겠다고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우리에겐 여행의 시작이 아닐까 싶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일리지가 사라질까 두려워 망설이는 동안, 정말 잃어가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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