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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친은 1571년생?! 1화

인생 역전 로맨스 시작!

by 영혼의 속삭임

파리가 날린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파리가 날린다.

원장실 바닥은 파리채에 얻어맞은 파리들로 가득하다.

그 중 생명줄 긴놈들은 바닥을 뱅글뱅글 돌아다닌다.

파리 끈끈이를 천장에 매달아도 소용없다.

치과 밑 1층에 횟집이 들어오고 나서야

원장실 모기장에 구멍이 있는 걸 알았다.

횟집에선

쓰레기더미를

원장실 바로 밑에 쌓아 둔다.

생선썩은 냄새가

그리고 파리때가

구멍뚫린 모기장으로 침투한다.

그렇다고 창문을 닫아 둘 수도 없다.

원장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이전 원장이 에어컨 바람에 알러지가 있었다.

에어컨 공사를 하고 싶었지만

충분한 돈이 없었다.

미치겠다.

오늘 오전중에 유일한 환자는

일곱살 먹은 남자 아이였다.

"아저씨 돈 많이 벌죠? 저도 치과의사 될거에요."

"치과의사 되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돼.

그렇지요 원장님? 저희 아들한테 공부 열심히 하라고

혼좀 내 주세요. 얘가 요새 게임만 하려고 그래요.

게임 많이 하면 치과의사가 될 수 없죠?"

글쎄.. 학교 동기중엔

거의 프로 게이머 수준인 놈들이 많았는데

그리고 뭐하러 치과의사가 되려는 지 모르겠다.

얘야.. 나는 속아서 치과의사가 되었단다.

아이야.. 너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해 주고 싶구나

치과의사 되라고

압박주는 엄마에게서

돔황챠..

선배 치과의사들은

하루벌어 직원월급 월세 등등등을

해결하고

나머지 24~25일 번 돈으로

땅도 사고

건물도 사고 했다는데

나는 글쎄..

큰일이다.

간식을 주식처럼 먹어 치우는

우리 조무사들을 위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할텐데..

에휴..

요샌 웹소설 작가가 대세라니

소설써서 돈좀 벌어볼까.

의대에 갔던 친구놈이

힘들게 수련까지 마치고

개원을 미뤘단다.

이유가 전업 웹소설작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료할 시간이 없단다.

개업해도 웹소설 쓰는 것 보다

더 벌수 없을 만큼 이미 잘 번단다.

의사의 직분은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데

가끔 참여하는 것으로

유지 한다며

내 속을 뒤집어 놓았다.

나쁜놈..

니가 치과쪽이 장래가 좋다고

나를 설득했잖아.

개원만 하면 임플란트 수술로

떼돈을 벌수 있다며..

그놈과 나는 고등학생때

문예반이었다.

그놈은 제법 글을 잘 썼다.

여기 저기 시, 소설을 투고 하여

상도 많이 받았다.

나는 무늬만 문예반.

조인트 동아리

여고생들과 만나기 위해

문예반에 가입했다.

물론 그놈이 양다리 세다리를

걸치는 동안

나는 한번도 안타를 친 적이 없었다.

늘 벤치에 앉아

타석에 나가기조차

못했다.

짝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외사랑이라고 해야하나

그저 바라만 보고

말 한번 못 붙여본

여학생들이 얼마인가.

짝사랑은 편했다.

내 마음대로 양다리 세다리를

걸칠 수 있었다.

그녀가 마음에 안 들면

내 마음 속에서 탈락시키면 그만이다.

여자를 울릴 필요도 없고

남자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다른 문예부 애들이

여자를 사귀고

각종 백일장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쥘때

나는 눈만 꿈벅이며

모쏠의 운명을 괴로워 했다.

딱 한번

내가 장원을 받은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덕수궁에서 사생대회가 있었다.

의무적으로 시, 소설, 수필 중

한 작품을 제출해야 하는 압박이

문예부인 나에게 얼마나 무거웠던지

나는 옆학교 문예지에 실린

시를 베껴서 제출했다.

한번 스윽 훌터 봐도

스케일 크고 웅장한 시였다.

고등학생이 쓰기엔 약간

능력을 벗어난 시라는 기분이 들었는데

아뿔싸

국어 선생님들이 내가 제출한 시를 보고

난리가 났다.

국어선생님이 친히 나를 불러

칭찬을 늘어 놓으셨다.

확장되는 공간감으로

숨이 멎을 것 같다나

나는 덜컥 장원에 뽑혔다.

이런.. 이게 아닌데..

나는 이틀밤 잠을 못잤다.

실토하느냐

넘어가느냐

내 안에 있는

악마와 천사가 막상막하였다.

이틀동안 잠을 못자니

내가 걷는지 밥을 먹는지

분간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일째 되던날

나는 자수하기로 결심했다.

담임 선생님은 나를

국어 선생님에게 끌고 갔다.

"그래 마음고생 많았다.

이제는 편히 자라.."

담백한 국어선생님의 대응에

나는 놀랐다.

"근데..설마 너 시험 성적도...?"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그래 믿겠다. 가봐."

그렇다. 나는 고등학교때

전교 일등을 놓쳐 본적이 없었다.

웹소설 쓴다는 그놈이

항상 전교 이등이었다.

나는 인생에서도

전교 일등인줄 알았는데

내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전교 이등인 웹소설작가는

나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늘 여자친구가 있었다.

결국 사회에 나와서도

나를 앞서갔다.

인생은 정말 성적순이 아니다.

파리 두마리가 또 원장실로 들어와

시끄럽게 굴었다.

에잇 이것들이 증말..

나는 파리채를 크게 휘둘렀다.

그때 나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기가 흐르는 기분을 느꼈다.

내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

파리의 저주인가

나는 풀밭에 풀썩 떨어졌다.

뭐지?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나무에 풀밭이다.

사람이 없다.

꿈인가 뭔가..

혹시 타임슬립?

웹소설속으로 빙의 했나?

풀속에서 스스슥 뭔가 올라왔다.

뱀은 아닌거 같고 산짐승 같은데..

나는 땅바닥에 납작 업드렸다.

진료복 윗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떨어졌다.

핸드폰 배터리는 만땅

수신도도 만땅

와이파이도 만땅

이건 뭐야..

나는 유튜브를 켜 봤다.

내가 보던 란제리 쇼 영상이

그대로 재생 되었다.

혹시 내장 메모리에 기록된 걸지 몰라

[웹소설로 매달 1억 벌기]

영상을 클릭해 보았다.

1억을 버는 작가분이

정열적으로 강의를 하신다.

영상이 끊기지 않는걸로 봐선

와이파이가 제대로다.

산짐승이 내게로 더 가까이 왔다.

멧돼지라도 만난다면

혹시 아기와 동행한 엄마 멧돼지라도 만난다면

나는 화들짝 놀라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나는 원장실에서 신던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슬리퍼가 벗겨지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진료복 바지의 왼쪽무릎이

피로 벌겋게 물들었다.

"누구시오?"

멧돼지가 있어야할

풀숲에 여자가 서 있었다.

나이는 한 스무살쯤 되어 보였고

사극속 가난한 양반가의 처녀라고 할까

빨간 댕기를 머리끝에 매달고

남루한 무명치마에

고무을 신은 그녀는?

배우?

이 동네에 사극 촬영이 있나?

"나는 그러니까 치과원장.. 아아.."

무릎이 아파왔다.

"다쳤소?"

"그쪽이 멧돼진줄 알고 달리다가.."

"잠깐 거기 있어 보시오."

그녀가 풀숲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릎이 빠지는 것같은 통증이 몰려왔다.

그녀는 다시 풀숲에서 나왔다.

내게 다가오는 그녀의 손에

서퍼런 떡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상처좀 보여 주세요."

그녀의 표정이 자못 진지했다.

남루한 무명옷에 고무신

이 여자를 어떻게 믿고

내 상처를 보여준단 말인가.

뼈만 골절되지 않았다면

소독약 바르고

대일밴드 하나 붙이면 될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

"상처를 보여 주시라니까요."

그런데..

그 여자의 얼굴이

예뻤다.

나는 무릎의 상처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진지한 속 눈썹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야무지게 다문 입술

말 할때마다 보이는 가지런한 치열

결정적으로 내가 중요시 하는

오똑한 코

나는 바지를 걷어 올려

피 흐르는 내 무릎을

예쁜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능숙한 솜씨로

내 상처에 풀떡을

턱 하니

붙였다.

그리고 치마 아랫단을

북 찢더니

풀떡을

무릎에 동여 맸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인지

풀에서 나는 향인지

알싸한 풀 향기에

나는 기절할 듯

기분이 묘 해졌다.

"조심하지 왜 그러셨소."

"아니 그쪽이 풀숲에서 갑자기 나오니

멧돼진줄 알고 놀라서 도망치다가 그랬죠."

"하하하. 이리 이쁜 멧돼지 보았소?"

나는 할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정말로 이뻤기 때문에

이번엔 머리카락을 넘긴

그녀의 귀가 눈에 들어왔다.

귓불이 도톰한게

부자가 될 귀였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부친께서는 늘 말씀하셨소. 자고로 의원은

아픈자를 치료하고 그 대가를 바라면 안된다고.

얼른 몸을 회복하시고

여력이 되시면

주변에 힘없고 불쌍한 자를

도와주도록 하시오."

그녀는 벌떡 일어나

풀숲으로 걸어갔다.

복장이며 말투며

철학까지

분명 그녀는 현대인이 아니었다.

아니면 배우가 나를 놀리는 상황이거나.

"저기 여보시오.. 여보시오..

한가지만 물어볼 수 있겠소?"

그녀가 나를 휙 돌아보았다.

"혹시 그쪽 이름은 무엇인지?

이곳 지역의 이름은 무엇인지?

올해 연호나 왕의 이름은 무엇인지?

더 궁금한것이 많으나

우선 제 질문에 답해 주실 수 있나요?"

그녀가 내게 다시 다가왔다.

"아니 치료를 받으셨으면

고맙다고 인사 한번 하면 될 것을

그리고 하나만 묻는다더니

뭐 그리 궁금한게 많으시오.

허나 우리 부친께서는 자고로 의원은

환자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보살펴야 한다고 하셨소.

의서에 이르기를

궁금증이 심하면 상처가 낳는데

방해가 된다고 하였으니

내가 대답을 해 주겠소.

내 이름은 허령. 내의원 허자 준자

대감의 여식이요.

여기는 경기 양천이란 곳이요.

그리고 세번째 질문이?"

"올해 연호가 무엇이고

전에 승하하신 왕의 연호가 무엇이고

새로 왕이 즉위하신지 몇년이 되었소?"

"명나라에서 만력연호를 사용하니

우리도 만력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고

올해 간지로는 신묘년이고

전왕은 명종대왕이시고

새로 왕이 즉위한지는

올해로 24년이 되었소.

이제 궁금증이 풀렸소?"

아뿔싸

나는 조선 선조 임금시대로

시간여행을 와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여자는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의 딸이었다.

그런데..

어의로서

괜찮은 봉급을 받을텐데

옷이 왜 저리 남루할까..

나는 핸드폰을 열어

[허준의 딸]을

구글링 해보았다.

없다.

허준에겐 허겸이라는

아들만 있었다.

그 허준이 그허준이 아닌가?

아니면

혹시 내연녀의 딸인가?

"궁금증이 풀렸으면

이제 나는 돌아가겠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요.. 잠깐만요..

저기 그러니까.. 제가 배가 고파요.

혹시 제게 먹을것을 주실 수 있습니까.

실은 저도 의업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비록 눈에 총기가 보이긴 하나

의원을 할 상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의업을 하신다는 거요?"

"저는 그러니까 입 안만 치료하는

치과라는 것을 합니다.

아픈 이가 있으면 안 아프게 하고

빼야 할 이가 있으면 안 아프게 빼고

빠진 이를 보충할 곳엔 가짜 치아를 해 넣고

이 난게 삐뚤빼뚤 보기 흉하면

이를 가지런히 만들어 드리지요.

무엇보다 요즘엔 치아가 빠진 자리에

임플란트란 걸 박아 넣어

내 이빨처럼 편안히 쓸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치과라고요? 이를 박아 넣는다고요?

아이의 이는 때가 되면 빠지기 마련이고

늙은이의 이도 때가 되면 빠지기 마련인걸

무엇하러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까요?

이 빠진 늙은이가 음식을 탐하면

위장의 기운이 그것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몸의 정기가 바로 서겠습니까?

정기가 떨어진 늙은이는 그에 맞게 소식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게 장수 하는 비결입니다.

무엇하러 필요없는 이를 만들어 넣는다는겁니까."

"아니.. 그러니까 나는 미래에서 왔는데..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백살까지 산다니까요..

지금처럼 40살 50살에 죽는 일이 별로 없어요.

50살이면 완전히 혈기 왕성한 청년이에요..

혈기왕성한 청년이 50년이나 더 살면서

일도 하고 연애도 해야 하는데

이빨이 없으면

그게 안돼요..

여자들도 이빨없어서 틀니 쓰는 남자는

대머리 남자보다 싫어해요."

"무슨 소리 하는지 도통 모르겠군요.

허나 내의원이신 부친께서 제게 가르치시길

배고픈 환자에겐 백약이 소용없다고 하셨소.

당신의 무릎이 온전치 못하니

행여나 곪게 되어 다리를 절단하게 되면

의원인 내게 얼마나 한이 되겠소..

내가 부측할 터이니

내게 몸을 맡기시오."

이게 왠 떡이냐..

이히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릎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아파야 했다.

"어이구.. 무릎이 새근새근 아프기도 하고

무릎에서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큰일 났습니다."


"힘들더라도 중심을 잘 잡으시오..

이러다가 넘어 지겠소.."

넘어지면 더욱 좋지..

이히히..

그때 가슴팍에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벨이 울렸다.

나는 폰을 꺼내 들었다.

밉상 전교 이등이었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뭐하냐?"

"데이트."

"레알?"

"백퍼 레알"

"헐.."

"왜?"

"나 이번에 큰거 계약했다."

"뭘?"

"8천만원보장해 준데."

"무슨 보장?"

"새로 쓰는 웹소설."

"자랑하려고 전화질이냐?"

"빙고."


나는 종료버튼을 눌렀다.

아차..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그놈에게 구조를 요청해야 했다.

나는 이 세계에 어떻게 들어온지도 모르고

여기서 어떻게 탈출 할 수 있는 지도 몰랐다.

시간이동

빙의

환생

경험치

이런건 그놈 전문이었다.

나는 그놈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받는다.

그렇다.

그놈은

전화를 잘 안 받는다.

지가 받고 싶을 때만

가려서 받는다.

"아니.. 방금 누구와 대화 한 것이요?"

여전히 내 허리에 손을 올리고

나를 부측하고 있는 그녀가 물었다.

"이것은 그러니까.. 핸드폰이라고 하는 건데,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필수 커뮤티케이션 수단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이요?"

"그러니까 그건.. 쉽게 말해서.. 의사소통.. 그러니까

옆에 있건 백리를 떨어져 있건 혹은 천리를 떨어져 있건

서로 옆에 앉아 있는 것 처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게 진정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요?"

"가능하다 마다요.. 영상통화라고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도 있소.

내가 보여주겠소."

나는 영상통화를 눌렀다.

띠디 띠디 띠디 띠디.. 차르르

띠디 띠디 띠디 띠디.. 차르르

"왜 아들..?"

엄마가 화면에 나타났다.

"엄마.."

그때 그녀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불쑥 화면 안으로 얼굴을 디밀렀다.

"어머.. 누구니?"

엄마의 표정이 급 밝아졌다.

"아들.. 드디어..니가..축하한다."

"응..그게..응.. 설명하려면 길어..

혹시 내가 집에 못 들어가도 걱정하지마.."

"그럼.. 아들.. 집에 안들어와도 돼.

좋은 시간 보내.. 엄마가 이제 행복하네..

.. 여보~~ 원빈이가 여자친구 생겼어요.."

"..뭐 증말? 그놈이?"

" 여기 봐봐요.. 아들 인사좀 시켜줘.."

화면 안에 엄마와 아빠 얼굴이 가득찼다.

"그게 아빠..여친이 아니고.."

"안녕하십니까.. 소녀는 내의원 허짜 준짜의 여식

혀령이라고 하옵니다."

엄마와 아빠는 순간 정적..

3초뒤

"하하하하 여자친구가 아주 재밌네..

그래 둘이 이쁘게 이쁘게 연애해요.

엄마 아빠는 하나도 신경쓰지 말아요.

허락받을 것도 없고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서 이쁘게 이쁘게 연애해요.

그럼 둘이 바쁠텐데.. 우린 이만

물러 날게요.. 다음에 봐요.."

엄마 아빤 손을 흔들며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

"두분이 부모님이십니까?

인상이 좋으십니다. 두분다 건강해 보이시고

특히

아버님께서 관운이 있어보이십니다."

"아빠는.. 그러니까 여기 시대로 하면

서운관 주부 정도 되세요.

기상청이라고 날씨 예측하는 곳에서

일 하시거든요."

"그러십니까? 대단하십니다. 산학과 지리에 능하고

명의 신문물을 가장 먼저 접하시는 자리 아닙니까?"

"아마도.."

풀숲 밑에 그녀의 초가집이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소녀 산에 다녀왔습니다."

초가집 방문이 열렸다.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른

아주머니가 초가집 방문을 열었다.

"약초 구하려는 일은 잘 되었니?"

"네.. 많이 얻었습니다."

"그래 수고 했구나."

"어머니. 산행중에 환자를 만났는데

다리를 다쳤습니다. 응급조치는 했으나

허기가 져서 맥박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아랫방에서 음식을 좀 먹일까 합니다."

아주머니가 나를 쳐다 봤다.

나는 인사를 꾸뻑 했다.

"복장을 보아하니 명나라에 다녀오신게요?"

치과에서 입고 있던 원장까운

남색 수술복 상의와 바지가

아주머니의눈에는 명나라옷으로 보였을 수 있다.

더구나 갈색 슬리퍼는 조선에서 볼 수 없던 아이템.

"예.. 명나라에 다녀 왔습니다."

말이 길어질까봐

대충 대답했다.

"요즘 명나라가 한창 번성한다던데..

식사하시고.. 명나라 얘기좀 들려 주시구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옆구리를 찌르른 그녀의 손길을 느끼고

나는 서둘러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꾸뻑 했다.

나는 예비 여친에게 끌려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가 평생 건강하셨는데

요 며칠 새 갑자기 얼굴이 파랗게 변하시고

음식을 드셨다 하면 토하는 증세가 있어요.

몇번 혼절 하셨는데 팔다리를 주물러

소생시켰지요..

맥을 짚으면 놀랄정도로 불규칙적이고

지금 기혈이 잘 돌지 않는 상태시랍니다."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나요?"

"마흔 다섯이 되셨지요."

얼굴이 파랗게 되는 것은 폐에 문제가 있을때나

심장에 문제가 있을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병리학 시간에 배운 게 기억 났다.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심장의 혈관에 기형이 있을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

"아버님은 어떻게 진단 하셨나요?"

"사실 아버님은 너무 바쁘셔서 어머님을 뵙지 못하고 있어요.

저희가 본가가 아니어서 아버님이 언제 오실지 모르는 형편입니다."

"아니 그래도.. 아무리 둘째 부인이라도 사람이 저렇게 아픈데.. 의원이라는 사람이"

"아버님은 나랏일을 하시느라 바쁘신 겁니다. 공이 있고 사가 있는 것이지요.

전 아버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제가 제 손으로 꼭 고쳐 드릴 것입니다."

"저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녀가 너무 불쌍해 보였다.

사랑의 시작은 측은지심.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상을 봐 오겠습니다."

그녀가 방문을 열고 나간뒤

바지 주머니에 있던 약이 생각났다.

고지혈증 때문에 먹던 약과

아스피린..

나는 젊은 나이에 고지혈증을 겪고 있었다.

분명 나는 살찐 돼지 국밥충이 아닌데

원인을 알 수 없게 중성지방 수치가 높았다.

나는 그게 스트레스 때문일거라고

약 먹기를 거부 했으나

전교 이등 이놈이

그러다 젊은 나이에

즉사하는 수가 있다고 겁을 줬다.

그래서 생각나면 사탕먹듯

고지혈증 치료제와

저용량 아스피린을 먹고 있었다.

바지 주머니에 각각 대여서알이

작은 비닐 봉지에 담겨 있었다.

나는 바로

폰을 꺼내 들었다.

전교이등 이놈은

전화는 안받아도

문자에는 바로바로

답장을 보낸다.

[관상동맥 질환에 아스피린하고 고지혈증 약 먹으면 좋냐? 부작용은 없냐?]

[ㅇㅇ 부작용 없음 마음껏 먹어도 됨]

[고맙다. 그리고 웹소설 계약 축하한다.]

[땡큐]

[너도 연애 축하]

[땡큐]

그녀가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밥상 위엔 투박한 질그릇 하나

동치미 그릇하나

그릇 안엔

내가 싫어하는

조 수수 보리 등이 어울어진

잡곡밥이 들어있었다.

"차린게 없어 부끄럽습니다만..

맛있게 드시면 제가 기쁘겠습니다."

어쩜 말도 이쁘게 하는 그녀

그녀는 이뻤다.

하지만, 잡곡밥은 내게 넘기 힘든 시련.

우선 약 봉지를 상 위에 올려 놓았다.

"이게 심장 혈관에 좋은 약들입니다.

아주 특효약은 아니지만

부작용이 없고 어느정도 효과를 보게 될 거에요

이 약들은 제가 일년간 먹고 있는데

어머님께 우선 급한대로 사용해 보세요."

"아니 이런 귀한 것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음.. 내가 살던 곳에선 흔한 약이에요.

이렇게 밥도 주시고 했는데.. 보답할게 이것밖에."

"정말 감사합니다."

얼굴도 예쁜데

효심도 깊고

경우도 바른 그녀.

나는 내 평생 1호 예비여친과

썸놀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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