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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

‘책문’과 ‘대책’ – 조선을 움직인 질문과 답

by 영혼의 속삭임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던지는 질문,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김준태 작가의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는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가 ‘책문(策問)’과 ‘대책(對策)’이라는 형식을 통해 나눈 문답을 바탕으로, 위기 앞에서의 치열한 고민과 실천을 생생히 담아낸 책입니다.

이 책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뚫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책문’과 ‘대책’입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저에게 이 용어는 낯설었지만,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이 책이 얼마나 깊고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책문’은 조선시대 임금이 과거시험에서 직접 던졌던 질문으로, 단순한 시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당면한 과제와 정책을 묻는 본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응시한 선비들이 목숨을 걸고 성심껏 작성한 답안이 ‘대책’입니다. 대책은 단지 글을 잘 쓰는 시험이 아니라, 그들의 철학과 현실 인식, 나라에 대한 책임감이 고스란히 담긴 실천적 지침서였습니다. 책문과 대책은 그렇게 조선의 정책을 움직였고, 때로는 임금의 결정을 바꾸고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독자로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엔 자연스레 한 편의 사극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안은 선비가 흰 도포를 입고 먼 고향을 떠나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길.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도적을 만나고, 때로는 굶주린 백성을 도우며 길을 지체하기도 합니다. 그 여정은 단지 시험을 위한 여정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는 수양의 길이었습니다.

마침내 한양에 도착한 선비는, 임금이 던진 '책문'을 마주합니다. 그는 창호지를 펼쳐, 붓을 들어 국가의 길을 묻는 그 질문에 목숨을 걸고 답을 씁니다. 그 답안, 즉 '대책'은 단순한 문장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대를 읽는 눈과 백성을 향한 마음이 깃든 철학적이자 실천적인 선언입니다.

때로는 그 글이 왕의 마음을 울리고, 간신에 둘러싸인 왕의 시야를 깨우며 새로운 정책을 탄생시킵니다. 또는 정치적 균형 속에서 충신을 귀양 보내야 했던 왕의 고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시대의 정신을 나누는 가장 진지한 소통의 장이었으며, 그 고민의 기록이 이 책의 곳곳에 뜨겁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


“국가가 위기일수록 리더는 절박하게 묻고, 참모는 목숨 걸고 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마음을 다해 나라를 위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자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제목이 주는 울림처럼, 이 책은 그 절박함과 진심의 기록입니다. 단지 옛 문헌을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 사회에 유효한 정치·행정·윤리·인재 양성의 본질적인 해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는 ‘지금’ 읽혀야 할 책입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책의 첫 문장이자,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법은 많지만 정의는 부족하고, 제도는 있지만 신뢰는 사라졌으며, 인재는 넘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찾기 힘든 지금. 저자는 조선을 무대로 삼아 리더와 참모의 이상적인 소통을 보여주며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말하고 있는가?”
“그 자리에 선 이유는 무엇이며, 진심으로 나라를 위한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책 속 문답에서 찾은 오늘의 해법

태종에게 변계량은 ‘중도’와 ‘정일’을 말하며, 정치의 근본은 마음에 두고, 제도는 시의적절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산군에게 이목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보다 기르고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습니다.


중종에게 권벌은 시작과 끝이 다른 이유는 ‘마음을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시종일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조에게 정약용은 지나친 인사교체의 폐해를 지적하며, 진정한 개혁은 사람을 제대로 쓰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인조에게 오달제는 “신하가 마음을 다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임금에게 “임금의 덕이 감동을 주지 못해서”라고 응수합니다.


선조에게 조희일은 공부란 성찰과 실천이며, 성의(誠)의 바탕 없이 왕도(王道)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수양의 중요성과 진심 어린 소통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다가온 주제는 바로 ‘수양(修養)’입니다.
모든 문답을 관통하는 중심에는 ‘수양’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단단히 붙들고, 자리를 지킨다는 것.
그것이 리더의 시작이자, 실천의 기본임을 조선의 선비들은 한결같이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소통’입니다.
그 시대의 왕과 신하는 대립하거나 적대하지 않았습니다.
말은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왕은 신하의 말을 경청했고, 신하는 왕에게 아첨하지 않았습니다.
그 속에 진심이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

지금 우리의 정치와 사회는 혼란 속에 있습니다.
진실과 거짓이 흐려지고, 대의를 버리고 이득만을 쫓는 이들이 있으며, 선동과 갈등을 조장하는 목소리가 커져 갑니다.
그 속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정치적 기술이나 말솜씨가 아닌,
나라를 향한 절박함과 백성을 위한 진심이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왕과 신하의 문답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진심 어린 문답이 사라졌기에,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고 자주 길을잃고 방황하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그 질문과 답이 다시 시작되어야 할 때,
이 책은 우리 곁에서 가장 정직하고 따뜻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광고 #협찬 #서평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으며, 읽는 동안 느낀 제 개인적인 생각과 감상을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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