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놓인 잘 익은 감
수수하게 색을 칠해볼까
정제된 언어로 음영 남겨볼까
애인에게 달려가 눈에 담은 것 속삭일까
작은 안부 물었을 뿐인데
돌아오는 건 총체적 생활과 눈에 박힌 가시 하나
물에서 스스로 자란다는 식물 하나 방 안에 들여두었지
한 해가 지나서야 다음 여름이 다가올 때 물이 모두 말라있는 걸 발견했지
단 두 줄기는 네 줄기로 갈라졌고 새로운 두 줄기는 마치 하나가 갈라진 것처럼
몸통도 잎파리도 하나의 것뿐인데
다만 감을 집어들었을 뿐이야
한쪽 손에 쥐고 다른 손에 비슷하게 쥐어보는거야
눈 앞에 놓은 감을 먹지 않고 거꾸로 뒤집은 와인잔에 가둬두는 건 일종의 고문일까
일종의 향취
일종의 가지런함
일종의 단절
일종의 입맛다심
일종의 떫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