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뱉다가 드디어 색소폰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by 비상 시 출구

고백하건데 나는 줄곳 음악에 기댔다

풍선 바람 빠지는 듯한 색소폰 소리에 불어넣는 호흡은 성대 폭을 넘어설 수 없어서 인간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고백하건데 내 귀는 안도했다

고막은 한 번도 찢어진 적이 없어서 찢어지지 않을 소리만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모기잡으려 무심코 내리친 강한 짝짝이 소리 귀가 멀지 않았다면 내 옆인지도 몰랐을 일이다 삐--

고백하건데 나도 나를 말하고 싶다

매 문장 앞마다 나를 붙여서 이 모든 이야기가 내가 하고 있다는 사실 증명하고 싶다
아침산책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보며 입맛다시던 내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었다
사실 별 생각 없이 써온 것들이라고 거창한 마디마디 단 하나도 없고 모두 레게머리 색소폰 양반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예술가들은 각기 다른 신체 간지럽히며 자꾸 무언갈 뱉어내게 만드는 동력자들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눈 앞에 몇 줄은

처음은 눈이겠지 다음은 코이겠지 다음은 입으로 들이 쉰 숨이겠지 다음은 두통이겠지 지끈거림이겠지 배고픔이겠지 회피겠지 걸음이겠지 게으른 반복이겠지 스트레칭하는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어제로 가는 통로에는 미쳐 비워지지 않은 분리수거로 꽉 막혀 앞만 볼 수 없어 두 눈을 감아봐도 연필로 그린 밑그림처럼 자꾸만 감지되는 것은 해를 바라볼 때마다 눈 앞에 일렁이던 작은 미생물처럼 자꾸만 내 동체를 점검하고

여행을 떠난다면
어딘가로 떠난다면 기차에 달린 바퀴는 수평으로 뻗어 절대 만날 일이 없고 그래서 철로는 영원한 직사각형
덜덜 거리며 떨리는 진동도 숫자놀음으로 충분히 계산 가능한 것
낯선 곳에서 낯선 이불을 덮고 자꾸만 가려지지 않는 발만 빼꼼히 한기 어린 방 안에 덩그러니

퉤퉤

침 뱉듯이 색소폰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배웠다 볼 빵빵이 거장의 연주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길이 꺾이는 가장자리 누구에게도 피해가지 않는 자리에 서서 귀가 달린 사람들이 자신의 소리 듣고 있는지 스스로 혼란스럽고 배반할지라도 미끄러지는 것들엔 차분한 머리카락은 사치일 뿐

버튼은 많지 않으니 뻥 뚫린 집이라도 기둥과 뼈대가 있다면 비 오는 어느날 커다란 비눗방울 불어볼 수도 있겠지
작은 호흡들이 모여 지금 나에게로 이르는 길은 별 생각이 없었고 오랬동안 팔리지 않는 책 점점 낮은 매대로 가져다 둘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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