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찬란함 앞에서 다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작은 몇 개의 손가락
처음엔 중력과의 대결로 받아들였다 디폴트로 잡아당기는 이녀석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은 매 아침 눈 떴을 때 따뜻하게 배 덥혀주는 바닥과의 이별
차가운 계절이 온다 방금 또 제목을 바꿨다 당신에게 도달하는 최종 제목을 미리 말해줄 수 없다 그렇다고 미안하지 않다 그렇다고 배는 좀 고프다고 할 수 있다 운 것은 꽤 되었다 안부를 자주 묻고 싶지만 사실 자주 묻고 싶지 않다 소식 없으면 계속해서 소식 없었으면 한다 색칠하다 덧나가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색을 칠할 때 애써 구분해놓은 경계선이 사라진다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다
짭조름한 알들을 삼키었다
지금도 지나가고 있고 어떤 이들은 어지럽다고 말했다 무엇이 어지러우냐 물음표를 넣고 싶지 않다 그럼 무얼 원하느냐 끝없이 흘러내리는 것 왜 흑백이냐 박쥐처럼 거꾸로 보고 싶어서
점점 짧아지는 문단은 할 말 없을 때 엔터키를 누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유의하여 사용해야 하네
일전에 작은 미로에 스스로 들어간 적이 있지 미로는 풀들을 엮어 만들었기에 최악엔 풀들을 밀치고 나오리라 하고 들어갔네 미로 끝에는 반인반수 미노타우르스가 기다리고 있었지 그는 뿔로 나를 받기 위해 달려왔네 하반신은 인간이었기에 빨라봤자 인류 최강의 자동차 우사인 볼트만 하겠는가 어릴 적 그래도 계주는 놓치지 않았던 실력으로 냅다 줄행랑을 끊은거지 풀들은 쉽게 넘어지지 않았고 괴물은 바로 내 뒤까지 쫓아왔다네 그리고 등에 무언가 닿은 느낌이 들었다
딱딱한 뿔이었다 다만 찔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동물처럼 아주 빠른 것과 최선을 다해 달린 나의 속도 차에서 물고기 꼬챙이에 꾀듯 한 큐에 꽃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밀려났다 상체가 미세하게 앞으로 기울었고 점점 허리를 숙이며 결국엔 두 팔로 땅을 짚을 수 밖에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네 발로 기었다 네 발로 달리며 다리야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