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는 선택의 촉발제

by 비상 시 출구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선택의 연속 위에 서 있다는 뜻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몰아간다
더 배우고 더 벌고 더 사랑하라는 신호들 속에서
우린 매일같이 더하기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더해질수록 어딘가는 비워진다
사람의 용량은 생각보다 좁다
새것이 들어오면 낡은 건 밀려나고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버티던 물건 하나
손에 익은 말투 하나
혹은 오래 보던 얼굴 하나가 그렇게 빠져나간다

살아보면 안다
손해 없는 선택은 없다
플러스만 되는 선택도 없다
무언가를 택하면
반드시 무언가는 멀어진다

그래도 선택해야 한다
안전한 곳에 머물면 편하긴 하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명료하게 원하는 걸 보고
그때를 정확히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실패하고 거절당해도 상관없다
그건 녹아내려 다시 쓰일 금속 같은 것이다
다른 형태로 다시 빛날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은 먹는 데 돈을 쓰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복잡할 때 밥을 먹으면
복잡함이 단순해진다
한 그릇 다 비우면
다음 일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배가 차면 선택도 조금은 부드러워진다

결국 인간은 허기를 달래는 존재다
사랑도 일도 욕망도 다 같은 결이다
선택이 막막할 땐
일단 먹는 게 맞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이면
세상은 잠시 멈춘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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