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길

by 비상 시 출구

빠르게 휘두르는 팔에 비해
자못 따라오지 못하고 종종거리는 걸음을
재촉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오래도록 내 걸음을 다그쳐왔고

처음 내린 눈길에 자국을 내는 건
누군가 마주할 새 풍광에
작은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라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걸었네

그 길을 통해서만 가야 할
목적지가 있었으니까

고개 너머


갓 태어난 송아지가 아직 몸 가누지 못하고 있었으니깐
나는 마을의 유일한 수의사이고
푸덕거리며 더운 숨 뿜어내는 어린 생명은
말을 할 수 없으니까

푹푹 빠지는 답답한 걸음
견디다 못해
사차선쯤 되는 도로 중앙에 멈춰 서
뒤를 돌아봤을 때

누군가 한 명쯤
이 장면을 그토록 염원하며
마주한 두 손 오래도록 떼지 않던
시간을 보낸 걸 알고 있네


갓 태어나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던 작은 아이

처음 두 발로 서 있는 것 조차

기적처럼 바라봐주던 그녀

뚜벅뚜벅 홀로

새하얀 눈길을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더는 소식조차 전할 수 없게 되었네


뒤돌아 바라본 나무엔 바람이 일었고

마냥 차분했던 가지에 쌓인 눈두덩이 흩날리며

선명했던 풍광은 한껏 흐트러지고 마는 것이었다


흐릿하게 부각된 얼굴의 형상


좁은 보폭이라도
그렇게 계속해서 밀고 나가라고

점점 납작해지는 두 발바닥만큼이라도
육중히 서서
이젠 그 깊이를 스스로 견뎌보아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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