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 깨져 바닥에 촤르르 펼쳐져 작은 별 하나 발바닥 박혔네.
불 끄고 즐기는 샤워 따끔거리는 바닥.
아니 잠시 바닥은 평평한 타일인데.
이사 오며 아무 문양 없는 민무늬 타일 빼곡히 채워 넣었는데.
아까 유리가 깨졌지.
맘만 먹으면 버릴 수 있는 걸레에 물 흠뻑 묻혀 바닥 닦기도 했지만
작은 결정 하나 놓쳤을지 모를 일.
유리라는 건 깨지는 순간 우리가 아는 각형을 벗어나
단 하나도 동일하지 않은 새로운 결정으로 남는다.
굴곡진 표면에 빛은 여전히 투과되고
사방팔방 반사되며 스스로 빛나는 자신을 숨길 수 없다.
그 작은 별 하나 지금 내 발에 박혀 있다.
물 맺힌 매끄러운 바닥을 발로 슥슥 흝으며
그곳이 어디였을까 찾아봐도
넘어지기 직전까지 다리를 뻗어 욕실 바닥을 쓸어봐도
통증은 계속된다.
이건 아침마다 잠 깨려 이름만 걷기가 붙은 공원 지압 산책로에 발 비비는 것과는 다른
자아 강한 존재가 자신조차 통제 못하는 개성
그걸 바라봐 달라는 신호.
난 신호를 받고 이제 너를 찾으러 간다.
어두운 욕실을 벗어던지고 문을 비스듬히 열자
불 다 꺼둔 실내에도 한 줌의 빛줄기가 들어온다.
어릴 적 닭싸움 자세로 세면대에 발 올리고
유심히 별을 찾던 순간처럼.
너는 별이고
난 별이 아니냐.
넌 별이고
난 별난 것이냐.
난 별이고
넌 별로.
찾았다.
반짝이는 너를 찾았다.
작은 방 안에서 선물받은 와인잔을 기어코 뜯어내
좁은 주방에 올려두었네.
부드러운 곡선면을 몇 번 돌리면
은은히 퍼지던 향을 아직 잊지 못한다.
별의 순간 별의별 순간.
넌 이미 깨졌고 흩어졌고 박혔고
발굴되어 다시 빛난다.
여리디여린 피부 이제 애써 다듬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 살점 파고드는 건 못된 짓이지만
이제 매끄럽게 갈려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너의 개성을 지켜주겠다.
너를 그대로 보존해주겠다.
아무도 너에게 손대지 못하게 해주겠다.
넌 이제 그 이름대로 살아가라.
깎여 나가지 마라.
부분으로 와인을 품지 않아도 괜찮다.
한 번쯤 두꺼운 살결을 파고들 만큼
네 속에도 잔인한 면이 있다.
그걸로 살아남으면 된다.
말이 길었다.
툭
철컥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진다
한동안
끊기지 않고)
쏴아아아아
"댕그랑"
하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