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by 비상 시 출구

쓰레기는 하늘을 날 수 없다
바람에 휘날려 먼 곳을 여행하는 행운을 얻지 못한다면
대부분 쌓여갈 뿐이다

하강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걸음을 내딛었다
나는 예술의 전당 앞에 서 있다

사람들은 코트 깃을 여미며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길 바랬다
바람은 제 갈길을 지나고 있었다

도저히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고 느꼈고
따뜻하고 단 음료를 마시기로 했다

가게에선
김빠지는 창법으로 전 세계를 휩쓴 밴드 음악이 나왔고
음 괜찮군 괜찮은 가게네
생각했지만
이내 재기발랄한 아이돌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와중에도 차분해야 한다고 마음먹으며
창밖으로 걸어가는 어느 수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아는 어떤 수녀원에선
앞머리가 보이지 않게 모자를 써야 하는 규칙이 있다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이마를 두드리는 법이고
사람은 자꾸 이마를 짚다 보면
훤히 드러난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법이다

그것은
단지 부재의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였다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이 아니라
이마가 생겨났다

샤워를 할 때
바디워시 대신 강력 본드를 바르고 나온 터였고
온갖 것들이 몸에 달라붙었다

때론 쿨하게 건물 벽에 기대어 서고 싶었지만
붙어버릴 수 있는 일이었다

신발은 이미 발바닥에 붙었고
흰 셔츠는 몸에 붙었다
안경은 떨어지지 않고
시계는 손목을 졸랐다

사람들은 늙어가고
배고픈 사람은 줄었다

트리에 매달린 장식들은
이제 빨간색뿐만이 아니다
형형색색
형형색색이다

필요치 않다고 느끼는 것은
멀어져 주길 바라는 것이다
필요한 것들은
몸에 달라붙었다

감색의 책 한 권은
손에 붙어버린 지 오래이고
무심코 붙잡은
초콜릿 담긴 머그잔은
나름의 편리성을 제공한다

창가에 앉는 사람은
그곳이 얼마나 추운지 모른다
알지 못할 수 없다
그런 말은 없다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하고
붙어버린 것들은 이제
감당해야 할 몸의 무게가 되어
매 발자국마다
생각 없이 닿아온 것들에 대한
혐오를 시작했다

조금 뒤에 사람을 만나기로 했고
그와 악수하고 싶지 않다

그때 날아온 배구공에
무심코 스파이크를 날렸다

이제
왼손엔 머그컵
오른손엔 배구공이 붙었다

겉보기에 정상적이지만
부조리를 견딜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이곳에서
눈초리를 받았고

오렌지색 휴대전화 플랜카드 옆에 서서
일단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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