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가 남긴 부서짐 그림자

by 비상 시 출구

아침부터 눈 뜨자마자 노트북 열어젖힌 까닭은 내 안에 오래도록 잠자고있던 아기 고양이 깨우려 콧잔등 검은점으로 도색된 천방지축 말량광이 아기 고양이 아직 물 마시지 않았고 바싹 말라가는 입 안에 맴도는 박하향 사탕 어제 싱크대에 버린 벽돌만한 드라이아이스에서 뿜어져 나오던 사라져가는 몸덩어리 떠오르 게 해


바람에 휘날려 가던 허수아비 보며 새들은 어디있니 왜 니가 새가 되었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곡예비행 허수아비 갑자기 멎은 바람에 바닥으로 나뒹굴고 새들은 오래된 복수를 행하기 시작 차라리 곡식을 던져주며 가만히 놓아두라고 애원해도 쪼여지는 것은 허수아비의 전신 나도 모르게 죽죽 써질 때면 키보드가 빠져라 두들기는데 언제나 내 옆에 한 병 놓여있는 무라벨 생수병 속 물의 표면은 비례하여 찰랑인다


산뜻하게 키보드 오른쪽 식초 맛의 음들 두드려도 전혀 산뜻해지지 않는 환절기에는 차라리 바글거리는 캐모마일티


원하는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카메라 앞 가로막는 자동차 비키지 않으면 이젠 걸음을 내딛을 시간이야 중이 떠난 절에는 목탁소리 더는 울리지 않고 먼지쌓인 불당과 꺼져버린 초들이 즐비하면 그건 이제 절이 아니지 가끔 선물같은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 선물상자를 쓰다듬으며 볼에 대어보기도 하고 다시 도로 가져다 둬 선물의 선물은 일상 이제 찰랑이는 물을 따라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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