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 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기쉼 Jun 07. 2023

언제나 맑으면, 사막이 된다

스마일 증후군


눈치 보지 않고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아요.




사람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언제나 밝은 사람일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면 하수로 취급받는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상사가 아무리 싫은 소리를 해도, 동료가 불쾌한 말을 해도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 순간에 불쾌감을 드러내면 결국 그 책임도 내가 떠안게 된다. '싹수없다'라고 낙인이 찍히기라도 하면 그걸 해결하는데 더 큰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마시는 맥주 한 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그 안에는 하루종일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고, 험담도 하면서 속에 담아두었던 것을 꺼내 보이는 것도 포함된다. 보통은 그렇게 동료애를 쌓으며 사회생활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기회가 있을 때 조차 이중 삼중으로 정말 철저하게 나를 포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생활은 원래 이런 거라고. 나는 정말로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싫은 소리를 들어도, 먹고사는 일에 감정을 개입하면 안 된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해 왔다.



매일 '괜찮은' 감정상태를 유지했다. 괜찮지 않을 때도, 슬플 때도 억지로 텐션을 높였다. 돌아보면 강박적이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은 쏙 빼고 긍정적인 감정만 가진 사람으로 나를 포장했다. 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안도감이 들었다. 언제나 밝고 유쾌한 사람.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속사정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밖에서의 모습과 달리, 집에서는 아주 작은 일에도 화를 참지 않고 쏟아부었다. 특히 혼자 있을 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했다.



결국 나를 가장 사랑하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부정적인 감정을 폭발시키고 후회하기를 반복했다.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했다. 겉과 속이 너무나 다른 모습. 밖에서는 절대 화내지 않지만, 혼자 있으면 누구보다 슬프고 우울한 모습. 그 모습을 나 자신조차 보기 힘든데, 어느 누구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



그런 나에게, 오은영 박사님의 따뜻한 말이 귀에 꽂혔다.




당신의 기분이 나쁘다면,

그럴만한 일이에요.



이 말이 너무 큰 위로가 되었다. 안 좋은 상황에서, 안 좋은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 어쩌면 나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된다는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느라 어설프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맑은 날이 있고, 비가 오는 날이 있고, 또 바람이 부는 날이 있는 것처럼 나의 자연스러운 기분을 표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장 난다. 



만약 내가 조심스럽게 감정을 표현했는데도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면,

이 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너나 잘해

(호탕하심ㅋㅋㅋ)






번외: 스마일증후군 진단 (*4개 이상 해당하면 스마일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instagram으로 보고싶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작가가 되고 싶은데, 못하면 어떡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