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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꿈을 그리는 가게

첫 만남

by 윤하루


한서연은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다. 어릴 적부터 손에 붓을 쥐고 종이에 색을 칠하며 꿈을 키웠고, 그 꿈은 언제나 그녀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림은 그저 일상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붓 끝에서 그려지는 꿈의 색깔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려야 할까?’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작업실은 점점 더 무거운 공기 속에 갇혀 갔다. 차가운 공기, 어두운 빛, 그리고 창밖의 흐릿한 풍경이 서연의 마음을 더욱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림을 그리며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서연은 꿈을 잃은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그것이 단지 ‘해야 할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서연은 무언가에 이끌린 듯하게 낯선 골목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그녀는 그것이 우연이 아닐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뭔가 깊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좁고 낡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꿈을 그려드립니다"라는 간판이 유난히 서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문구가 그토록 간절하게 느껴졌던 것은 처음이었다. ‘꿈을 그린다’는 말, 그림을 그리던 그녀에게 그 말은 단순한 의미 이상의 무엇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 가게는 낡고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 특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서연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순간, 바닥의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요한 공기가 깨어났다. 가게 안은 어두웠지만, 벽에 걸린 다양한 그림들이 가득했다. 그림들은 서로 다른 감정을 담고 있었고, 그 어떤 그림은 희망을, 또 다른 그림은 슬픔을, 또 다른 그림은 기쁨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서연은 그 그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잃어버린 자신의 꿈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때, 저쪽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원하시나요?"

서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작은 가게 한 구석에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날카로운 인상은 아니었지만, 그의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 그 눈빛은 마치 서연을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꿈을 그리러 오셨나요?" 남자가 다시 묻자, 서연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꿈을 그린다’는 말은 듣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그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저는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요." 서연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서연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꿈을 그리는 사람이 꿈을 잃을 수도 있죠.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죠. 사람은 모두 꿈을 안고 살아가니까요."


서연은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꿈을 그린다’는 그 말이 어쩐지 마음 깊숙이 와 닿았다. 꿈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그 꿈이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었다.

"그럼, 제 꿈을 그려 주세요." 서연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녀는 그 순간 뭔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을 꺼내는 것이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남자는 고요하게 서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꿈을 그리려면, 당신 자신이 그 꿈을 믿어야 합니다. 그 꿈이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그것이 당신을 이끌어줄 거예요."

서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꿈을 그리는 일은 단순히 붓을 잡고 그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온 진실과 마주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가게에서의 첫 만남이 서연에게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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