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라는 마음의 정원
그날 이후 서연의 가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다. 한 사람의 경험과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자연스럽게 가게는 단순히 식물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마음의 쉼터가 되어갔다. 서연은 매일 조금씩 변해가는 가게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어느 오후, 가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이번에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서연의 앞에 서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희는 학교 프로젝트로 식물을 키우기로 했는데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어요.”
서연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어떤 식물로 시작하고 싶으세요?”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말하며 약간의 혼란을 보였지만, 서연은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는 뒷마당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단순히 물을 주고 햇빛을 받는 것만이 아니에요. 자신에게 맞는 식물을 찾고, 그 식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많답니다.”
학생들은 고사리손으로 다양한 씨앗을 고르고, 화분을 준비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 도왔다. 서연은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서로 다른 씨앗들이 한곳에 모여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가는 듯했다.
학생들 중 한 명이 질문했다.
“선생님, 식물을 키우는 일이 왜 이렇게 중요한 걸까요?”
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우리가 씨앗을 심는다는 건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돌보고 책임지는 연습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는 건 그 이상의 것이죠. 기다림, 인내, 그리고 함께 자라는 기쁨.”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화분에 흙을 덮었다. 서연은 그들의 손길에서 작은 희망이 움트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 학생들이 가게를 떠날 즈음, 서연은 그들에게 말했다.
“혹시 식물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건 어떨까요? 이름을 붙이면 더 애정이 생길 거예요.”
학생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생기 넘치던지, 서연은 가게 안이 한층 더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서연은 뒷마당의 화분들을 살피다가 문득 소녀와 남성, 그리고 오늘 찾아온 학생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단순히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매개로 한 이야기들을 연결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서연은 집 안으로 들어와 다시 캔버스를 꺼냈다. 이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각자의 씨앗을 심는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속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그리고 손을 맞잡고 함께 땀 흘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림을 완성한 후, 서연은 캔버스를 바라보며 자신이 하는 일이 단지 씨앗을 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심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는 새싹이 자라나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또 다른 새싹을 키워나가길 바랐다.
“이곳에서 피어난 새싹들이 더 멀리 뻗어나가길.”
서연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새롭게 시작될 또 다른 여정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