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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꿈을 그리는 가게

작은 나무가 전하는 어머니의 마음

by 윤하루

서연의 가게는 계절의 변화를 닮아가고 있었다. 바깥은 어느덧 초록이 짙어지고, 햇살은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빛으로 가게의 창문을 채웠다. 서연은 아침 일찍 뒷마당으로 나가 화분들을 살피며 오늘의 일과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바람에 실려 온 듯 낯선 목소리가 그녀를 부드럽게 깨웠다.

"안녕하세요? 혹시 주인장 되시나요?"

서연이 고개를 돌리자, 중년의 여성이 뒷마당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작은 천 가방을 들고 있었고, 표정은 어딘가 긴장된 듯 보였다. 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네, 맞아요. 들어오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여성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와 가방에서 오래된 화분 하나를 꺼냈다. 화분 속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잎사귀들은 이미 반쯤 시들어 있었다. 그녀는 화분을 서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나무는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정성껏 키우시던 거예요. 하지만 제가 돌보는 방법을 몰라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저에게 너무 소중한 나무라서요. 이걸 살릴 수 있을까요?"

서연은 나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가지 끝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어머님께서 얼마나 이 나무를 사랑하셨는지 느껴지네요.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여성은 서연의 말에 안도한 듯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이 나무를 보면 어머니와의 추억이 떠올라요. 어머니께서는 늘 작은 생명 하나도 소중히 여기셨어요. 제가 어머니의 마음을 잘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서연은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말했다.

"식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줘요. 특히 기다림과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요. 어머님의 마음을 이어가는 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렇게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마음을 전하고 있는 거예요."

그날 오후, 두 사람은 함께 나무를 새 화분에 옮겨 심고, 가지를 정리하며 나무를 돌봤다. 여성은 서연의 안내를 받아가며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점차 자신감을 얻은 듯 능숙하게 움직였다. 나무를 새 화분에 옮기고 나자, 그녀는 손바닥에 묻은 흙을 털며 작게 웃었다.

"어머니라면 이런 모습 보시면서도 참 좋아하셨을 거예요."

서연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님께서 기뻐하시리라 믿어요. 그리고 이제 이 나무는 어머님과 함께하는 추억이기도 하고, 당신 자신의 이야기가 되기도 할 거예요."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를 품에 안았다. 가게를 떠나기 전, 그녀는 서연에게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이곳에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나무도, 저도 다시 살아난 기분이에요. 감사합니다."

그녀가 떠난 뒤, 서연은 뒷마당의 화분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그 여성의 나무를 떠올리며 문득 자신의 과거가 생각났다. 처음 이 가게를 열었을 때의 불안과 설렘, 그리고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과 씨앗들.

그녀는 천천히 캔버스를 꺼냈다. 이번 그림에는 오래된 나무가 그려졌다. 나무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굵고 단단한 뿌리를 뻗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씨앗을 심으며 나무와 연결된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림을 완성하며 서연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 가게와 그녀가 심는 씨앗들은 단순히 흙 속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었고,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더 큰 숲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겠지."

서연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다음 날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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