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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꿈을 그리는 가게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며

by 윤하루

서연의 가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식물들은 회복과 성장을 반복하며 가게 곳곳에서 생명의 빛을 뿜어냈다. 사람들은 단순히 식물 상담을 위해 이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연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마음을 위로받고 가는 듯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가게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젊은 커플이었다. 남자는 손에 작은 화분을 들고 있었고, 여자는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서연은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남자가 화분을 내밀며 말했다.

"이 식물은 저희가 처음 함께 키우기 시작한 건데요... 요즘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이 식물을 보면 저희의 처음이 떠올라서 꼭 살리고 싶어요."

서연은 화분 속의 식물을 살펴보았다. 작고 여린 잎들이 힘없이 처져 있었지만, 줄기 끝에 미세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 아이는 여전히 살아있어요.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시면 새로 잎을 내밀 거예요. 두 분의 첫 마음처럼요."

여자는 서연의 말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가 뭘 잘못한 걸까요?"

서연은 그들에게 식물의 관리 방법을 설명하며, 물을 주는 시기와 햇빛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식물을 새 화분에 옮기는 과정을 함께하며 말했다.

"이 식물은 두 분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서로를 돌보고 이해하는 것처럼, 식물도 그렇게 돌봐주면 돼요."

두 사람은 함께 식물을 손질하며 서로에게 작은 미소를 나누었다. 그 모습에 서연은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커플이 떠난 뒤, 서연은 가게 한쪽에 놓인 오래된 씨앗 병을 바라보았다. 병 속에는 여러 종류의 씨앗들이 섞여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씨앗은 작고 연약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끝없는 가능성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마음속에 씨앗을 품고 있었고, 누군가의 도움과 관심으로 비로소 피어날 수 있었다.

씨앗을 손에 들고 있던 그녀는 문득 가게에서 자신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첫 손님이었던 어린 소녀, 어머니의 유산을 지키고자 했던 중년 남성, 그리고 오늘의 커플까지.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씨앗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각자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그날 저녁, 서연은 뒷마당에 나가 씨앗 하나를 새 화분에 심었다. 이번에는 자신을 위한 씨앗이었다. 가게를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 속에서 그녀 역시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씨앗을 심으며 중얼거렸다.

"모든 씨앗은 자신만의 계절에 피어난다. 나도 언젠가 내 꽃을 피우겠지."

씨앗을 심은 후, 서연은 캔버스를 펼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커플의 식물과 자신이 심은 씨앗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과 형태의 꽃들이 어우러진 정원을 그렸다. 정원의 중앙에는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고, 나무 아래에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둘러앉아 있었다.

그림을 그리며 그녀는 그림 속의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떠나간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으로, 어떤 이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설렘으로, 또 다른 이는 어린아이와 함께 꿈을 꾸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정원은 그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었다.

그림을 완성한 서연은 깊은 숨을 내쉬며 그림을 가게 한편에 세웠다. 그녀는 이 가게가 단순히 식물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장소가 되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서연은 창밖으로 저무는 햇빛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가끔은 기다림이 필요해. 하지만 그 기다림 끝에는 반드시 새로운 계절이 올 거야."

그녀는 뒷마당의 식물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이제 그녀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이야기를 기다리며 새로운 날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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