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나눈 이야기
말끝마다 증기로 흩어졌다
머그잔 안에 잠시 뜨거운 마음들이
우리 사이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다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비워냈다 믿었던 감정이
입술에, 손끝에, 아주 작게 닿는다
식은 건 커피였지만
그 안에 머물던 너는 식지 않았다
말없이 건넨 표정,
눈길에 담긴 조심스러움이
잔 속에,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컵보다 먼저 식어야 했던 건
어쩌면 우리였을지도
하지만 마주 앉았던 시간은 지나도
그날의 따뜻함은 잔에 남아 있다
오늘도 나는
텅 빈 컵을 들어
작은 온기 하나로
하루를 조용히 덥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