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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주파수

by 윤하루

밤이 깊어지면
세상은 고요해지는 게 아니라
속삭이는 소리들로 가득해진다


닫힌 창문 너머로
달빛이 주파수처럼 흘러든다
보이지 않는 파장이
가만히, 이불 끝을 흔든다


누구도 부르지 않았지만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진동
그건 어쩌면
마음속 나만의 주파수를 타고 흐르는
너의 안부였는지도


라디오처럼 맞춰지는 감정의 다이얼
눈을 감으면 들린다
슬프지도, 반갑지도 않은 말들이
달빛 위를 흘러간다


이 밤, 나는
목소리도 없이 너를 기억하고
소리도 없이 나를 되돌아본다
달빛이 닿는 창가에 앉아
묵음으로 이어진 우리의 주파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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