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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감정에게

by 윤하루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운 날이 있다.
누군가 말 한 마디 던진 것도 아닌데,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든 바람 한 줄기에
괜히 서러워지고, 무너질 듯 버티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저녁바람처럼 스치는 그리움’이라든가,
‘말하지 못한 문장 속의 울음’ 같은 이름을.


이름을 붙이면 이상하게 조금은 가벼워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도, 이름이 생기면
내 안에서 자리를 찾고는 조용히 머문다.


괜찮다고 말하기 어려운 날엔
그저 그렇게 감정에 이름을 붙여본다.


언젠가 다시 찾아오더라도
나는 그 감정을 알아보고,
조금 더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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