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먼저 튀어나온 말.
누구에게 들리게 하려던 것도 아니고, 의미 있는 문장을 만들려던 것도 아닌데
그 말은 이미 어딘가에 남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마음이 마치 낙서투성이가 된 공책 같다.
원래는 깨끗했던 페이지인데, 어느 순간부터 의미 없는 선들이 막 그어져 있다.
처음엔 실수였고, 그다음은 습관이었고, 이제는 나도 모르게 그려지는 선이다.
누군가 보면 “이건 뭐지?”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설명할 수 없다.
그건 계획된 문장이 아니라, 손이 저절로 움직여 남긴 낙서니까.
나조차 무슨 의미였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을 하겠나.
혼잣말도 그렇다.
소리 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조심스럽게 삼켜보지만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말이 피어오른다.
그 말들은 자꾸만 입술에 걸리고, 때로는 입 안에서 소리도 없이 흘러나온다.
그저 낙서처럼.
의도가 없는데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 말이 나쁜 것도 아닌데
괜히 민망하고, 찝찝하고, 누가 들었을까 불안해진다.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한참을 그 말에 매달려 있는다.
공책 한 귀퉁이에 생긴 낙서를 자꾸 들여다보듯이.
지우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낙서는 지우면 자국이 남는다.
차라리 그 위에 덧칠을 한다.
의미 없는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리다 보면
어느새 그 낙서는 그냥 '있어도 되는' 무늬가 된다.
내 마음도 그렇게,
조금은 흐트러져 있고, 조금은 의미 없는 말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래도 그건 나만의 기록이니까.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고, 어딘가 어지러워도 괜찮다.
누군가 보기엔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그게 나다.
나는 지금도 조심스럽게 말의 선을 그어가며 하루를 지나고 있다.
어쩌면 오늘 생긴 낙서도, 언젠가는 하나의 패턴이 될지도 모른다.
그 생각만으로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