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불안은 바다 같다고 느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조용한 듯하지만, 안쪽에서는 쉼 없이 출렁이고 있었다.
처음엔 그 감정을 감당할 수 없었다.
밀물처럼 차오르는 생각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 안으로 밀려드는 걱정, 후회, 모호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들.
그것들은 낮은 내 마음에 넘치도록 차올라, 모든 평정을 잠식했다.
나는 자주 무너졌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감정의 물결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조수(潮水)는 언제나 간다. 반드시 썰물이 온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고, 감정의 리듬도 그와 다르지 않다.
불안이 차오를 땐 숨을 고른다.
"지금은 밀물일 뿐이야." 그렇게 말해본다.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 썰물의 시간을 기다릴 자리를 만들어둔다.
밀물은 두렵지만, 썰물은 고요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바닥을 들여다본다.
물결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야 보이는 조약돌 같은 진심들.
그곳엔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힘도, 나만의 리듬도 있었다.
불안은 언젠가 다시 온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조수처럼, 그것은 다녀갈 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