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숲을 걷고 있습니다.
이름 모를 나무들이 가득한, 길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숲.
그 숲의 이름은 불안입니다.
처음 이 숲에 들어섰을 땐, 방향이 없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왜 여기에 있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나뭇잎은 사각이며 불안하게 흔들리고, 바람은 생각보다 차가웠습니다.
새들의 울음도, 나뭇가지의 그림자도 때때로 내 마음을 찔렀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나는 늘 무언가를 놓친 것 같았고,
아직 오지 않은 일들로 지쳐 있었습니다.
하지만 걷다 보니,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이 숲은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가는 길이라는 걸.
누구는 빠르게 달려 지나가고, 누구는 한참을 머무르다 나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이 숲 안에 작은 쉼터를 만들어 잠시 머무르기도 합니다.
나도 이제는 조금씩 쉬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바라보는 법.
심호흡을 하고, 내 안의 작은 떨림을 부드럽게 안아주는 법.
불안을 없애기보다, 함께 걸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숲은 여전히 깊고, 어디쯤인지 가늠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걷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이 숲의 가장자리에서
햇살이 가득한 빈 들판을 마주하게 되리라는 것.
지금, 나는 불안이라는 숲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당신도 어딘가에서 이 숲을 지나고 있다면,
우리는 같은 길 위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