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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나에게 보내는 편지

by 윤하루

안녕, 나.
어쩌다 보니 또 네 얘기를 쓰게 되었네.
아마 이 말부터 조금 버거웠겠지. 늘 누군가의 말에, 시선에, 기대에 맞추려고 애쓰던 너니까.

기억나?
너는 참 많이 미안해했어. 조그만 실수에도 “죄송합니다”를 습관처럼 달고 다녔지. 마음속에서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란 생각을 품고, 언제나 자신을 작게 만들며 살았어. 아니, 그렇게 해야 안전하다고 믿었겠지. 누가 너에게 그렇게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말해주고 싶어.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는 사실 충분히 노력하고 있었고, 서툴지만 진심이었다는 걸 나는 알아. 다른 사람들이 몰라줘도 괜찮아. 이제 내가 너를 좀 알아주려 해. 말도 안 되게 높은 기준을 너 자신에게만 들이대던 그 시절, 네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지금에서야 보이거든.

삐걱거리며 시작한 관계들, 엉켜버린 감정들 속에서 네가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도.
서툰 표현으로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그게 너의 전부는 아니잖아. 너는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이니까.

그래서 오늘은 그냥,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괜찮아. 네가 틀린 게 아니야. 조금 느릴 뿐이야."

이제는 나도 서툰 너를 품을 수 있을 만큼 자란 것 같아.
그러니 다음 번에도 또 실수해도 괜찮아.
다시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늘 네 편인
지금의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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