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이강백
희곡 「파수꾼」 - 이강백 작
러닝타임 60분
배우 총 4명 (남자 4명)
이 작품은 평소에 계속 리뷰해야지, 리뷰해야지… 하다가 이제야 리뷰를 올리는 희곡이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지만 볼수록 매력이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연출이 누구냐에 따라서도 재밌게 각색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각 인물의 입장 또한 매우 명확하다. 일단은 각설하고 내용으로 들어가보겠다.
난 저 사람들이 싫어. 내 마음은 너와 함께 딸기 따기에 가 있다. 넌 내 추억이야. 너에게는 내가 늘 그리워하던 것이 있다.
마을은 이리 떼로 항상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수꾼은 항상 망루 위를 지키며 이리 떼가 등장할 때 소리지른다. 이에 다른 망루 아래의 파수꾼이 양철북을 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준다. 마을 사람들은 이에 대비할 수 있고, 이리는 다시 재빠르게 도망가고 다시 돌아오는 등의 아주 교활하면서 영리한 짓을 한다고 한다.
다는 파수꾼이 되고 싶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가 파수꾼의 재목이라면서 매우 칭찬했었다. 이제 그는 파수꾼의 역을 하기 위해서 망루에 왔다. 그곳에서 나를 만난다. 나는 다를 매우 반가워 하며, 이리 떼가 나타났을 때마다 겁을 먹고 식탁 아래 같은 곳에 숨는 다를 다독여 준다. 그러면서도 다에게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나는 다가 파수꾼으로 와주어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가는 망루 위의 파수꾼인데, 망루가 너무 높아 말을 나눌수 없고, 누가 올라오는 것을 싫어한다며 매우 외로웠다고 말한다.
이때 운반인이 나온다. 운반인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이리 떼 때문에 피해를 입었는지 알려준다. 우물에 빠져 죽은 아이, 지붕에서 떨어져서 양 다리가 부러진 할아버지, 집을 불태운 남자 등… 너무 많아서 신경도 안 쓰일 정도로 많은 피해를 나열하고는 본인이 아수라장 속에서 만난 여자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것도 자랑 식으로 말한다. 나는 운반인에게 화를 내고 운반인은 돌아간다.
이후에 둘은 식사를 한다. 가는 망루 위에서 내려오는 법이 없어서, 정 배고프면 줄을 내려 음식을 달아주면 그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피곤이 몰려온 나는 다에게 잠시만 쪽잠을 자겠다고 말하고는 엎드려 잠을 잔다. 다는 이리 떼가 나타날 경우를 생각하며 매우 무서워한다. 가의 형태가 잘 보이지 않는 그는 가를 부름에도 대답이 없자 깨어있는 것은 본인 혼자이며, 이리 떼가 나타나면 마을의 모든 것이 끝장이라고 직감한다. 결국 다는 망루 위를 올라간다.
가는 자고 있지 않았다. 또한 다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는, 아름다운 흰 구름이었다. 이에 가가 아무것도 없는 광경을 보고도 계속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치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이에 편지를 쓰고 운반인에게 촌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리 떼는 없구, 흰구름 뿐
곧이어 편지를 본 촌장이 망루로 온다. 촌장은 이리 떼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원래 알고 있었고, 이리 떼는 사람들을 해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 단결하도록 돕고 질서를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또한 이미 여러 세월에 걸쳐서 만들어온 이리 때라는 외적에 의한 질서를 지금에서 없다고 밝히면 이후에 생길 혼란을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사실을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다는 촌장에게 같이 흰구름 뿐이라고 소리치자고 요구한다. 촌장은 알겠으나, 운반인이 도중에 편지를 읽어 사람들에게 내용을 퍼뜨렸고 사람들이 망루로 도끼를 들고 오고있다고 말하며 내일 외치자고 회유한다. 결국 다는 설득당하고 말아 거짓을 외치고 만다.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이에 촌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이리 떼는 존재한다고 재차 확신을 주며 운반인은 처벌하자는 논의를 하러 가자는 얘기를 하고 떠나려고 한다. 망루를 떠나기 직전에 촌장은 다에게 마을에 돌아오지 말고 망루에서 파수꾼으로써 여생을 다하라고 말하고 떠난다. 결국 다는 쓸쓸히 망루에 남으며 이리 떼다라는 외침에 조용히 양철북을 치며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A, B, C, 해설자는 각각 매우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에 매우 특이하다. A는 극 안에서 이리 떼가 나타났음을 소리치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B는 파수꾼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굉장히 외로워하고, 또 어른스러우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보인다. 극의 핵심인 C는 순수함과 동시에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려는 인물이다. 해설자는 두 가지의 인물을 연기하는데 운반인은 자기중심적이면서도 비열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인물인 것 같고, 마지막으로 촌장은 극의 반전을 이끄는 인물이다.
연출적으로 상당히 재밌을 것 같은 부분이 많다. 가령 해설자가 운반인과 촌장은 대비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여러 시도를 해보아도 좋을것 같고, A를 배우가 하지 않고 목소리만 넣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무대도 망루가 바라보는 방향을 통해서 관객이 느끼는 바를 달리 할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서 C가 망설이면서 이리 떼의 유무를 밝힐 지 결정할 때 관객을 보고서 말을 하는데, 이 부분이 꽤 인상적이다. 앞서 어떻게 사건을 연결하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이 느끼는 바가 많이 달라질 듯 싶다.
연기적인 부분 또한 그러한데, 촌장과 A, C이 해당 부분을 연기하는 배우의 분석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은 부분이 많이 느껴진다. 이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만들어내느냐 등의 결정에 따라서 연극이 달라질 것 같은 부분이 많다.
조명은 부분은 절제있게 써야할 것 같다. 극이 장편은 아니기 때문도 있지만, 동적인 부분 사이에 C가 겁을 먹고 숨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조명과 함께 표현한다는 등의 생각이 났지만, 너무 남발하게 되면 확실히 마지막의 긴장감이 줄어들 것 같기 때문이다.
음향은 BGM보다는 효과음이 많이 들어갈 것 같다. 망루의 쓸쓸함을 표현할 때 바람소리 등이 생각이 난다. 양철북은 실물로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너무 양철북에 의존해서는 단조롭게 느껴져서 마지막에 C가 조용히 치는 양철북의 소리의 무게감이 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양철북을 두드리는 부분 대해서도 모종의 표현을 하면 다양한 중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매력적인 극이다. 의미적으로도 담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촌장의 대사가 인상깊다. 촌장이 내일 말하라고 설득하는 것 이후에 C에게 마을로 돌아오지말라고 말하는 부분이 그것인데, C가 본인의 추억이라고 말한다. 마치 이리 떼는 없다는 것을 본인이 말하려고 했으나, 본인도 똑같은 선택으로 귀결됐다는 말인 것 같았다. 딸기 따기도 상징성을 담기에 좋은 대사인 것 같다. 그는 이리 떼가 나타난다는 부근에서 옛날에 딸기를 많이 땄다고 하는데, 그때 이리 떼에 대해서 모종의 의구심을 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극은 사실과 거짓의 인과가 복잡하게 섞여있다는 모순을 받아들이기 쉽고, 생각할 것들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C는 기존에 공포를 조장해서 공통체를 통치하려는 불합리적인 체제에 대해서 순응할 것인지 도전할 것인지 선택하고, 순응할 것을 선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내일이라는 변수가 있다. 촌장은 내일 말하라고 설득했고, 그는 비록 마지막에 양철북을 두들기지만,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겁지 않은 의미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도 걸작이라고 불리우는 이유인 것 같다.
W. 에디터 아마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