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욕망이 휘감긴 밤

: 작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

by 포도상점

희곡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 작


러닝타임 100~120분

배우 총 5명 (여 2명, 남 3명)

*트리거 워닝: 고성, 폭력, 성폭력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한 선생님과 네 제자들의 이야기이다. 엘레나의 생일날, 그의 제자인 발로쟈, 빠샤, 랼랴, 비짜가 엘레나의 집에 방문한다. 여기까지 보면 여느 훈훈한 선생과 제자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에서 ‘존경하는’은 이 극과 정 반대의 성격을 띤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선생님 집에 방문한 것 역시 다른 의도가 있다. 분위기가 천천히 풀려가는 때에 아이들의 우두머리 격인 발로쟈의 입에서 본 목적이 나온다. ‘수학 시험의 답안지가 있는 보관함의 열쇠’를 달라는 것. 빠샤와 비쨔는 대학을 가고 군대를 피하기 위해 수학 시험을 잘 봐야 하고, 빠샤의 여자친구인 랼랴 역시 그들을 돕는다.


엘레나는 만류하고, 화를 내고, 애원도 해본다. 그러다 절규하고 체념한다. 빠샤, 랼랴, 비짜는 발로쟈에게 휘둘리다가 각자 최악의 상황에 맞부딪힌다. 발로쟈는 그들 사이에서 홀로 웃을 뿐이다. 결국 발로쟈 일행은 열쇠를 가져가지 못한다. 아니, ‘않는다’. 랼랴는 발로쟈의 폭력에 짓밟히고, 빠샤는 랼랴를 지키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지며, 비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엘레나의 집에서 벗어난다. 발로쟈만이 유일하게 여유를 잃지 않은 채, 열쇠를 엘레나의 집에 두고 떠난다.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랼랴는 열쇠를 들고 엘레나를 향해 울부짖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


선생님, 열쇠가 있어요. 애들이 두고 갔어요!


발로쟈는 영리하다. 그리고 영악하다. 빠샤, 랼랴, 비짜 그리고 엘레나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를 휘둘러 이용할 줄 안다. ‘열쇠’가 목적인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발로쟈의 목적은 ‘엘레나를 농락하는 상황’ 그 자체에 있다. 뺘사와 비쨔는 진정으로 열쇠가 필요한 아이들이며, 발로쟈에게 휘둘려 엘레나를 내외적으로 괴롭히는 주범이다.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의 요구는 엘레나를 흔들기에 충분한 요소가 되며 그에 더해 다대일의 상황은 엘레나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는 결국 엘레나의 붕괴로 이어진다. 랼랴는 일행의 유일한 여성으로서 엘레나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후 피해자로 변모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랼랴도 영악한 아이이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연약하여,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면성을 띠는 인물이다. 엘레나는 아이들과 사상적, 도덕적으로 부딪히는 인물이다. 자신에게 몰아치는 네 명의 아이들을 마주해 끝내는 절망으로 치닫고 만다.


극한의 상황에서 도덕적인 사상과 철학은 무용하다. 성인과 철학자의 입에서 전해져 온 논리는 다 자라지도 못한 아이들의 말에 쉬이 흔들린다. 아이들의 순수한 악의는 발로쟈의 선명한 악의에 집어삼켜진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악의 앞에 무너지는 철학과 논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희곡을 바탕으로 한 공연은 상업극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학생 공연으로도 종종 올라온다. 1980년대 소비에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현대에 사는 학생들에겐 낯설 수도 있지만 고전극은 고전극만의 느낌이 있다. 다만, 이야기의 특성상 배우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환기는 필요하다.

모든 사건은 엘레나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져, 엘레나의 집 구조를 무대 위 구조물과 조명을 활용하여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각 인물마다 독백이 주어지는데 이 독백을 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공간감이 중요한 요소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1막에서 고조되는 인물들의 감정은 2막에서 고지를 찍었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분위기를 잘 살리는 것이 이 희곡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일 듯 하다.



W. 에디터 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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