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내 말이 안 들리나」2, 들어야 비로소 보이는

: 작 윤혜미

by 포도상점

희곡 『내 말이 안 들리나』 - 윤혜미 작

희곡집 『맥주 더 마실 거야』 수록


러닝타임 15~20분

배우 총 4명 (여 2명, 남 2명)






이번 희극도 광운대학교 극예술연구회의 단막극제에서 봤던 극인데, 당일의 봤던 극 중 가장 인상에 남아서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그때 나의 기억으로는 '제일 좋으면서도 아쉬웠다'였는데, 이런 마음에 희곡을 보게 되었나, 싶다. 역시 더 좋은 극이 더 아쉬운 법 같다. 아무튼 희곡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


단막극으로, 15분에서 20분 분량의 단막극이다. 분량은 7페이지 반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역시 내용부터 소개하는데, 내용이 따뜻하면서도 담고 있는 게 있다. '보성'이 자전거 절도 혐의로 파출소에 '주현'과 같이 있다. 주현은 40대 순경이고, 보성은 질풍노도의 시기의 고등학생인 듯하다. 자전거 부분 절도로, 무려 12건이나 혐의가 있다. 심지어 구면인 것 같은 대화이다. 이때 한강에 있는 '도와드려요' 문구를 보고 자살을 도와준다고 어이없게 받아들인 술에 취한 여성, '미주'가 파출소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점점 아수라장이 되어간다. 여성은 이제는 '전'이 되어버린 남자 친구와의 이별의 슬픔으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아수라장의 정점을 '기운'이 만들어준다. 그는 담배 두 갑을 훔쳤고 이를 자수하러 왔다고 말한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으며 모두 자신의 얘기만을 주구장창 늘어놓는다. 동시에 파출소는 매우 소란스럽다.


보성: 사계는 짭인가. 뭐 저런 사람이 담배를 훔치지.
주현: 성함이...
기운: 내 끝이 이런 모습일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


이때 골목에서 한 사람이 심정지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이 사건으로 아수라장이었던 파출소가 하나의 주제로 서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뭐든 귀찮아했던 보성은 굉장한 관심을 보인다. 미주는 119에 신고했고, 기운은 제약 연구소에서 일했던 기억으로 사건을 도와준다. 심지어는 기운이 사건 장소가 본인이 담배 2갑을 훔친 장소 근방이라며 뛰어가서 자동 제세동기를 동작시켜 시민을 구해낸다.


미주: 수면제잖아요...
기운: 심폐소생술 혼자 하긴 무린데...
보성: 아, 저거 진짜 힘들어...


만세를 외치며 기운이 들어오고, 그런 모습을 보며 술이 깬 미주는 도움 같은 건 필요 없다며 나간다. 보성도 아버지가 찾아오면서 나가게 되고, 기운도 후련해하면서 웃으면서 파출소를 나선다. 마지막으로 아수라장 뒤의 상황을 웃으며 바라본 주현은 거울을 보며 웃는다.


보성: 아니 뭐, 이만하면.


극에서 모든 인물은 본인의 말만 한다. 미주는 헤어진 전 애인에 대한 슬픔, 보성은 삐뚤어진 학생의 모든 일을 귀찮아하는 태도, 기운은 본인의 연구를 이해받지 못함에서 나오는 억울함. 그것을 한숨 쉬며 바라보는 연장자 주현. 매우 다른 성격의 그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정신없는 시장 바닥이 되고, 그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려고 하는 찰나에 긴급 무전이 온다. 그 사건 하나로 매우 다른 성격인 그들의 에너지가 해당 사건 하나로 모인다. 인생에 대해서 절망적이고 삐뚤고 억울한 그들이 사람이 쓰러져있다는 말 하나로 어린아이처럼 한 점으로 모여 사건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꽤나 재밌는 흐름이 있다. 본인의 말만 늘어놓던 미주가 사건에 대해서 말을 늘어놓으면서 주변과 공감대를 구하려고 시도한다.


미주: 내 말이 안 들리나?


이에 주현은 웃는다. 미주가 점점 주변 사람의 말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을 구한 기운이 만세를 외치며 파출소에 도착했을 때, 심드렁한 말투로 미주가 도움이 필요 없다면서 파출소를 나간다. 주현도 꽤나 인상 깊다. 보성과의 첫 조우와 달리 보성의 아버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며 재밌다는 듯이 주현이 보성을 보내주고, 기운에게 재판까지 가는 무거운 상황이라며 농담도 건넨다. 기운은 죄를 달게 받겠다면서 시원하다는 듯 웃으며 파출소를 나선다. 모두가 처음의 아수라장과 달리 서로의 말을 들어주며 따뜻한 분위기로 극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서로 말이 통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말을 서로가 듣기 시작하면서 따뜻하게 마무리된다는 점이 읽는 이를 웃게 만든다.


그들이 겪었던 아픔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들이다. 기운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미주는 전 애인의 심경 고백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보성은 사회의 기준을 듣기 싫어했다. 이들을 관리하려는 주현도 앞의 세 명의 사정을 듣기 귀찮아했다. 무전의 긴급한 말을 모두가 처음 듣기 시작하면서 세 명이 파출소 안 사람들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듣기 시작한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돌아가야 할 장소로 돌아가거나, 깨달음을 얻는다. 듣는다는 키워드 하나로 이렇게 따뜻하면서 뜻깊은 말들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통찰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느껴진다. 배우의 역량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설득력 있는 많은 에너지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또 그들을 정리하면서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순경 역, 한순간을 기점으로 서로 같은 방향의 에너지로 바뀌는 배우들의 시너지도 중요할 것 같다. 단막극이기 때문에 무대와 조명의 역할이 크게 생각은 나지는 않는다. 이런 극은, 무슨 극이든 그렇지 않은 것은 없겠다만, 만들어 나가면서 서로가 즐거워하지 않을까? 필자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매우 신파스럽고, 매우 답답하거나 희망이 없는 듯한 이야기를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랜만에 글을 읽고 스멀스멀 느껴지는 기억에 남는 따뜻한 느낌인 것 같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극일 것 같고, 굳이 추천할 대상을 생각해 보면 평소에 피곤함을 많이 느끼거나 삶이 지루한 사람들이 연극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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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에디터 아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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