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유진 오닐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 - 유진 오닐 작
러닝타임 240분
배우 총 5명 (여 2명, 남 3명)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유명한 에드먼드의 독백으로 알게 되었다. 에드먼드가 집 안의 끔찍한 상황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일갈하는 장면의 독백이다. 그 장면이 나온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유진 오닐의 대표작이기도 하기에 이 참에 희곡 리뷰를 작성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공연진의 일원으로 참여한 극이기도 하다.)
극의 내용은 하루 동안의 일이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티론 일가의 여름 별장에서의 하루를 담았는데, 아침에 메리와 제임스가 거실로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부가 아들 둘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제이미는 나이를 먹어도 철이 들지 않고, 에드먼드는 아프지만 금방 나을 거라는 내용이다. 제임스는 메리를 안심시켜주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곧바로 제이미와 에드먼드가 들어온다. 제이미는 아버지와 티격대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해치려고 하지는 않고 싶어한다. 에드먼드는 이따금씩 기침을 계속하는데 제이미가 단순한 병이 아니라고 언급한다.에드먼드가 아파하면서 들어가자, 메리는 걱정하면서 따라 들어간다. 제임스는 왜 에드먼드가 심한 병에 걸린거라고 말해서 메리가 걱정하도록 만드냐고 꾸짖는다. 이에 제이미는 '너무 어머니에게 숨기려고 하지마라, 다 알고 계신다'며 말다툼을 한다. 곧 이어 메리가 들어오자 부자가 아무일도 없다는 듯 모른 척하며 울타리 일을 하러 나간다. 이때 에드먼드가 내려오고 어머니와 대화한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어머니에 대해서 괜찮다고 하는 에드먼드가, 어머니가 과거의 일에 대해서 말이 많고 싫은 소리를 시작했을 때 화를 낸다. 이때 메리가 안절부절해 하면서 의미심장한 말한다. 결국 에드먼드와 메리가 의심을 했다, 아니다로 말싸움을 하다가 에드먼드가 나가버린다.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고 의심하고 감시하는 분위기에서는 견디기가 훨씬 힘들어.
잠시 일을 쉬려고 제이미가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어머니를 혼자 둔 에드먼드에게 잔소리를 한다. 에드먼드가 아버지를 부르러 다녀오고, 어머니의 눈을 본 제이미가 화를 참지 못하고 '참지 못하셨냐'면서 어머니에게 화를 낸다. 이에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에드먼드가 제이미에게 화를 내고 메리는 제임스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들어가 버린다. 제임스는 좋지 못한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낀다. 이어서 메리가 들어오고 메리가 갑자기 과거의 이야기로 신경질을 낸다. 이를 보고 눈치를 챈 제임스는 바로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 낙담한다. 식사 시간이 되어 이동해야 하지만, 제임스와 메리는 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말다툼을 시작한다.여기서 크게 부부싸움이 일어난다. 제임스는 메리에게 모르핀을 그만 맞으라고 하고, 메리는 모르핀을 맞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에 과거에 죽은 둘째 아들 유진 이야기를 꺼내고, 돈의 씀씀이가 매우 적은 그에게 그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며 화를 낸다. 부부싸움 중에 에드먼드가 내려오는 소리를 듣고 부부싸움이 중단되고, 제임스와 제이미, 에드먼드는 집 밖을 나선다.
집에 남은 메리는 캐서린과 대화를 한다. 점점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동자에서 빛이 나는 그녀는 아마 모르핀을 더 맞은 듯 하다. 캐서린과의 대화에서 메리는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린다.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했던 것, 수녀가 되려고 했던 것, 아버지의 밑에서 걱정없이 살았던 것 등의 행복을 환상으로써 체험하면서 떠올리기 싫었던 과거에 자아가 묻히기 시작한다. 캐서린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단지 이상하다고만 여길 뿐 상관하지 않고 서로 얘기한다.
제임스와 에드먼드가 같이 돌아오고 대화를 시작하는데 상태가 좋지 못한 메리를 보고 부자는 답답함과 화남을 느낀다. 이에 에드먼드와 제임스 모두 메리에게 화를 내고 외면한다. 에드먼드는 나가고 밤이 되자 그들의 대화가 감정적으로 격해지자 메리는 뛰어 올라가 버린다. 제임스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집에 에드먼드가 돌아온다. 둘은 카드게임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에 대해서 말한다. 이때 에드먼드가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태도를 지적한다. 제임스는 이에 대해서 잔소리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에드먼드가 아버지에게 크게 화를 낸다. 이렇게 된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이며,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마약 중독자가 됐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계속 부정하고, 에드먼드는 계속 추궁한다. 아버지는 본인의 과거의 얘기를 하며 자신의 구두쇠적인 마음이 자신의 성장기 때문에 있는 것이며, 보였던 행동 들에 대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제이미가 술에 매우 취해서 들어온다. 제임스는 질려하며 들어가고, 에드먼드와 제이미가 대화한다. 에드먼드는 제이미와의 대화를 통해 제이미가 본인을 매우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우애를 확인한다. 하지만 직후에 제임스가 들어와서 제이미의 험담을 하고 제임스와 제이미가 크게 싸운다. 여기서 에드먼드가 서로를 말리지만 무용지물이 된다.서로 싸우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새벽이 된다. 이때 메리가 어렸을 적에 입었었던 드레스를 품 안에 안고 나온다. 이에 대해서 세 명이 정신적으로 붕괴되고, 메리의 정신이 모르핀과 함께 완전하게 과거에 잠식되고 날이 밝으면서 극이 막을 내린다.
그게 졸업하던 해 겨울의 일이었지. 그리고 봄에 일이 생겼어. 그래, 기억나. 나는 제임스 티론과 사랑에 빠졌고 얼마 동안은 꿈처럼 행복했지. 얼마 동안은.
본 작품은 메리를 중심으로 하루동안의 사건이 전개된다. 메리는 마약 중독이다. 제임스의 인색함으로 진찰료가 저렴한 의사를 고용했고, 산후 통증으로 진찰을 받은 메리에게 진통성 마약인 모르핀을 처방한다. 그 이후로 메리는 모르핀 중독이 되어 정신병원에도 들락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는 비단 제임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제이미는 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홍역에 걸린 상태로 유진 방을 드나 들다가 유진이 홍역에 걸려버려 죽게된다. 이후에 메리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에드먼드를 낳았고 그 충격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약해져서 모르핀을 택했을 수도 있다. 메리 스스로의 문제도 있다. 메리는 유년 시절부터 수녀 학원에서 수녀 교육을 받았고, 유복한 환경에서 수려한 외모로 사랑을 받아왔다. 고난이 없었던 그녀의 과거가 갑자기 큰 고난을 감당하지 못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에드먼드는 어떠할 것인가, 잘못이 없을 것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계기를 주는 작품인 것 같다. 가족이 서로 간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도 있겠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가족이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상처주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유진 오닐은 여실하게 폭로한다.
그렇다면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멀리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점이 생긴다. 이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은 이유없이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는 유일한 집단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로 집단을 형성하며 살아가는데, 첫 단추가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서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고, 화해하며 맞추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초기에 제공하는 것이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한다면 이런 가장 기본적인 배움 들을 필히 놓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정답인가? 유진 오닐은 에드먼드라는 인물을 통해 이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듯 하다. 극 중 에드먼드는 가장 어리면서도 성숙한 면모를 보인다. 그는 어린 나이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상처가 되더라도 아버지, 어머니, 그의 형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 이는 가족 간의 연결고리가 되어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되는 발판이 된다. 가족은 서로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상처도 쉽게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서로의 기둥이 되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에드먼드가 성숙하다고 표현한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그는 서로가 서로의 기둥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당시 매우 심한 병이 었을 '폐병'을 안고서라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에드먼드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카드 게임과 술을 통해서 대화를 했고, 서로를 이해했으나, 스스로가 아닌 제 3자 두 명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임과 동시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비록 그것이 서로 30년 이상 같이 살아온 가족이라도 말이다. 결국 가족 간의 협심을 하지 못했고, 했으면 극복할 수도 있었을 그녀의 어머니의 마약 중독을 다시 한번 보게 되면서 극은 막을 내린다.
그렇다고 이것이 절망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영겁과 같은 순간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불과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동시에 그들은 많은 삶이 남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들은 다음 날이 두렵겠지만, 그 다음 날이 밝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마지 극 마지막에 떠오르는 새벽 해의 빛처럼, 이 가족 간의 미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이 가족들만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극적으로는 평범하게 흘러간다면, 극 자체는 다이나믹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극 하나의 그들의 생애를 낱낱이 알 수 있는 만큼, 그들의 과거의 얘기가 매우 많이 나온다. <세일즈맨의 죽음>과 같이 과거의 일을 환각이 실제로 보이는 것 처럼 생생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대사 자체가 본인이 과거에 대해서 나열하면서 회한을 느끼는 게 주된 흐름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하면 잘 전달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할 것인가가 이 극의 핵심일 것이다.
구조적으로는 심플하면서 매우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승전결이 명확하면서 그 포인트들 또한 매우 정밀하고 교묘하게 맞춰져 있다. 이는 유진 오닐의 훌륭한 극작 실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안개와 아침을 시작으로 점심, 저녁, 밤, 새벽까지 모두 그들의 행동과 태도에 어울리면서도 상황적으로도 매우 맞물려 있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하나의 인생을 보게하는 듯한 효과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임스, 메리, 제이미, 에드먼드 모두 매우 다른 인물 성격과 개성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서 서로의 의견 충돌이 나오는 부분을 표현한다면 해당 장면에서는 손에 땀을 쥐고 볼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성격과 이해관계가 잘 짜여있다. 가족이라서 대단히 단순할 것 같은 인물 간의 관계를, 매우 깊은 성찰과 관찰로 대단히 복잡할 수 있다는 점도 필자의 시야를 넓혀준 것 같다. 다만 구조적으로 잘 구성이 되어야 빛을 발할 것 같다.기회가 되면 연극으로 보고 싶다. 각 캐릭터를 해석하는 방법과 연출적인 부분이 보고 싶고,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지 궁금해진다. 추후에 연극이 개봉하면 꼭 보러 갈 것 같은 희곡이다.
첨언으로 각 인물의 독백 하나하나가 상당히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배우의 역량에 따라서 단번에 갈릴 것 같은 독백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배우가 이 극을 한다면 궁금하면서도 매우 기쁠 것 같다.
W. 에디터 아마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