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트레인지는 과연 공리주의자 일까??
닥터스트레인지를 위한 변호
우연히 인터넷에서 글의 제목처럼 닥터스트레인지가 공리주의자라는 의견이 많이 보였다.(여기서 말하는 공리주의는 제레미벤담의 공리주의) 평소 가벼운 철학적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 위의 의견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공리주의자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닥터스트레인지를 공리주의자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나의 근거는 크게 2가지인데, 지금부터 내 생각을 서술해 보도록 하겠다.
1) 공리주의자들이 흔히 받는 오해로부터 시작된 부분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리주의의 슬로건이다. 저 슬로건의 의미는 제레미벤담의 평소 주장을 반추해 본다면, 다수를 위해 소수는 기꺼이 희생되어도 불가피하다는 의미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리주의의 철학적 특성을 윤리적 잣대로 평가해, 공리주의자는 냉정하고, 차갑고, 더 나아가서 개인의 인권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따뜻하거나 포용적인 사람보다는 이기적이고 소위 싹수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공리주의자로 오해받기 훨씬 쉽다고 나는 생각한다. 닥터스트레인지의 공리주의자 의견 역시 그런 부분에서 기인된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개인의 인성이 차갑거나 냉정한 것이 공리주의자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다시 말해, 공리주의와 개인의 윤리성 도덕성은 아무 상관이 없다. 어떠한 '주의'는 말 그대로 사상일 뿐이고, 그 사상은 개인의 도덕성 윤리성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공리주의자 역시 늘 개인의 다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역설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의 주장을 할 수 있다. "개인의 권리를 함부로 다룬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신뢰받기 힘들고, 그렇게 된다면 사화전체의 공리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2) 히어로는 어쩔 수 없이 공리주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으려면, 아무런 강요나 외압이 없는 상태에서야 한다. 가령 조폭이 선량한 시민에게 위협적인 행동으로 금품을 갈취했다고 해보자. 이때 조폭이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조폭이 '개인'간의 자유로운 거래고, 경찰의 연행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궤변으로 여길 것이다. 이렇듯 아무런 강제성이 없는 상태에서 내린 '자유'로운 판단으로 개인의 성향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블의 히어로들뿐 아니라 다른 히어로들도 필수불가결하게 강제적인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히어로는 우선적으로 위기해 처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구해야 한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말이다.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본인을 내던져서라도 다수의 시민을 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벤저스 내에서도 블랙위도우가 소울스톤을 위해 본인을 희생한다든가, 헐크가 인피니티스톤의 사용을 위해 본인의 몸에 물리적 대미지를 감수하는 것을 보고 공리주의자라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스트레인지의 의사결정과 그들의 의사결정의 차이점은 하나 있다. 스트트레인지가 엔드게임에서 검지를 치켜들며 스타크에게 하나의 수밖에 없다고 했던 장면 바로 나를 희생시켰는지,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켰는지의 차이이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스트레인지가 '공리주의자'로서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켰다고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 이미 히어로서의 상황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까 말했듯 히어로의 숙명은 시민을 구하는 것이다. 타노스의 침공에 의해 인류가 멸망 직전까지 내몰리는 상황에서, 스트레인지가 한 결정은 히어로적 입장으로 결정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트레인지에게 어떠한 외부의 상항, 즉 히어로적 상황의 강요나, 다른 상황의 강요가 없는 상태에서도 그러한 소수를 위해 다수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위에서 말한 공리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공리주의자로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어떤 주장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 판단은 유보하는 것이 옳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