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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짱이 Jun 25. 2023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나에 대한 소심한 고백

나는 왜 나에게 자신이 없을까?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며

확인받고 싶고 다른 사람이 인정해야만 나를 믿는 사람이다.

   

어렸을 적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늘 조용하고 말도 없이 집에서 혼자 노는 아이였다.

언니 오빠는 나이 차이가 있어서 같이 놀지 못하였고 엄마 아빠는 일을 하셔서 난 혼자서 티브이를 보며 낮 시간을 보냈다.  밖에 나가서 뛰어 논 기억이 적다.  늘 어둑한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 것 같다.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저학년 때 나는 학교를 갈 때 앞집에 사는 친구 뒤를 졸졸 따라다닌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나를 피해 다른 골목으로 갔는데 나는 그 친구를 따라갔다

뱅뱅 돌아 집으로 가는 길이라도 나는 친구의 그림자를 밟고 갔던 기억이 난다.

앞장서서 가기보단 누군가 만들어놓은 안전한 길을 가고 싶었다.    

 

중학교 때 소풍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면서 소풍 가서 밥 먹을 친구가 없을까 봐 걱정이라는 나의 말에 모둠 친구들이 나를 위로해 주면 같이 밥을 먹어주었고 그렇게 중학교를 보냈다. 누군가에게 외로워 보이는 것을 싫어한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은 영화에 빠져서 남들이 보지 않는 영화를 찾아보면 혼자서 잘난 척을 한 것 같다. ‘너희들과 나는 수준이 다르다’는 자만심에 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며 나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며 산 것 같다.

한마디로 자뻑!!     


대학 원서를 쓰면서 현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친한 친구 두세 명을 빼고는 초․중․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심지어 남자 친구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대학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 스스로 나를 수치스러워했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니면서 나의 우월감은 조금씩 자라났다.

나는 지방의 신생대학의 2회 입학생이다. 나는 그 지역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대학에 가는 것무척 창피했지만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간호학과는 가고 싶지 않아서 그 대학을 선택했고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겠다는 자기 위안으로 그 대학에 입학을 했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서울 또는 수도권에 많은 대학을 가지 못하고 시골에 이름 없는 지방대학에 온 약간 한심한 사람들로 생각했다. 나도 똑같은 입장이면서....

 지금 생각하면 20살의 나는 한심했다..... 겉과 속이 철저하게 다른 사람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의 현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의 모습과 같았다.

내가 원하는 곳을 갈 수 없었고 교수님의 소개로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다.

나름 큰 포부를 가지고 입사를 했지만 역시.... 현실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사는 부도가 났고 나는 친한 과장님의 소개로 영세 업체에 들어갔지만 1년을 버티다 결국 아버지의 제의로 공무원 시험을 보게 되었다.

사회생활은 재미도 있었지만 현실의 내가 얼마나 초라한지 경험한 시간이었다.


공무원이 되고 난 후 처음으로 사회생활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공사현장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조금 붙임성이 있는 사람으로 변한 것 같다.

신규자 때 선배 언니는 나에게 10년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 같다고 웃으면 농담을 했다.

학교나 사회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고향에 돌아와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것이 나의 에너지의 원천이었던 것 같다.     


나의 마음이 힘들어진 건 고향을 떠나면서부터인 것 같다.

남편을 따라 도시로 왔고 결혼 후 처음으로 일주일에 7일을 함께 사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어색했고 똑같은 공무원 생활이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나는 공무원을 시작한 지역도 달랐고 고향도 이곳이 아니고.....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가며 나는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어차피 모두 다른 곳에서 와서 이곳에 모여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왜 나 스스로를 소외시키며 살았던 걸까?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의 사랑을 받는 나인데....... 정작 나 스스로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더 잘해야 한다고 채찍질하며 바쁘게 무언가를 이루면서 살아야 진정한 삶이라고 나를 너무 고단하게 만들어서 나 스스로 불행한 것은 아닐까?

     

인생은 한 번 뿐이고 그 인생을 어떻게 살아내느냐는 나의 결정이다.

내 결정에 후회가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이다.

인생에서 후회가 없을 수 없는데.... 난 너무 완벽한 삶을 원한 것 같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닌데.....

늘 실수하고 어긋나고 후회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후회가 없는 삶이 아니라 후회를 덜하게 되는 삶을 사는 것인데......

죽기 직전까지 후회하는 것이 인간인데...     


이제부터는 나에게 관대 해지는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소심한, 불안한, 내성적인, 겁이 많은, 예민한, 우울한........ 단점이 많은 나를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한다. 인정하고 느끼는 대로 살아볼까 한다.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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