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되고싶다면 여행의 환상을 지우세요

EP.직업일기

by 꼬마승무원

승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가 뭘까? 난 단연코 바로 해외 여행을 일하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1위라고 말하고싶다. 돈 벌면서 해외 이곳저곳을 누비는 삶이라니. 남들은 몇 백만원을 투자해서 숙소, 비행기, 음식 등의 비용을 투자해서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한다. 근데 승무원이 되면 일단 숙소 비용과 비행기 값은 없으니 그저 먹고 즐기는 나를 위한 투자 비용만 쓰면 된다. 이것이 바로 승무원이 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꼽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런 여행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멋진 승무원의 모습만 이상적으로 품고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현직으로서, 그리고 승준생 경험의 선배로서 부디 그 환상을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환상은 꿈에 대한 열정을 다지기에는 좋다. 허나 그런 경우 꿈과 이상이 현실이 되어 다가왔을 때 본인에게 닥치는 괴리감이 크게 다가 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내가 상상한 승무원의 삶이 아니라면서 엄청난 힘듦으로 다가 올 것이고, 아마 생각보다 빠르게 승무원의 삶을 포기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투브를 통해서 전직 대한항공 승무원이자 현재 한 학원의 원장님으로 일하는 분이 찍은 영상을 본 적 있다. 그리고 그분께서 하신 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내가 오늘 전달하는 이야기의 주제이다. 승무원이 되고 싶다면, 여행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크게 동감하는 바이고.

내 자유 의지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과 일로서 떠나는 여행은 정말 천지차이이다. 나도 승준생 시절에 혼자서 승무원으로 일하면 어떨 지 혼자 눈을 감고 상상한 적이 많았다. 그랬을 때, 가장 상상을 많이 했던 건 정말 여유롭게 승객들의 보딩을 도와주고, 해외에 가서 여유롭게 즐기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현직이 되고 보니 여유로운 보딩은 개뿔, 현실은 전쟁같은 보딩이다. 이리뛰고 저리뛰고 빨리 자리에 앉으면 좋을텐데 또 가족들이랑 앉겠다고 자리 좀 바꿔달라고 바빠죽겠는데 세우는 승객들도 많다. 빡친다. 언어적 폭력이 그 순간 허용된다면 바로 따발총으로 날리고 싶다. 본인 자리가 버튼을 눌러도 뒤로 안 젖혀진다고 이거 어떡해할거냐고 컴플레인 거는 경우도 많다.

승준생 시절과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상상도 못하는 현실이었다. 해외에 가서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그렇다. 그 해외에 가기까지 내가 겪어내야하는 서비스며 일하는 내 모습을 간과한 채 나는 그저 가서 노는 것만 상상한 것이다. 해외에 가서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레이오버가 충분해야지 가능하지, 현실은 짧은 레이오버에 시차로 피곤해 뒤질 것 같은데 현지 시각에 맞춘다고 잠도 못 자고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짧은 24시간 레이오버의 경우에는 도착해서 자고 룸서비스 시켜먹거나 밥만 먹으러 나가느라 하루를 그냥 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게 현실이다. 이게 바로 정말 찐 여행과 일로 겪는 여행의 큰 차이이다.

간혹 후배들이나 동기들을 보면 본인이 생각한 삶이 아니라면서 금방 그만뒀거나 혹은 금방 그만두려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각자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내가 말한 현실도 그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승준생분들이 감사하게도 내 블로그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꿈을 향한 마음을 다지는 것을 잘 알고있다. 그런 여러분들에게 정말 오늘의 이야기는 꼭 전하고 싶었다. 승무원이 되고 싶다면 여행의 환상을 지워야한다. 특히 외국항공사승무원이 되고픈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교환학생으로 그 나라를 겪은 것과, 돈을 벌러 일하러 떠나는 것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이거 하나만은 곰곰히 며칠을, 아니 몇 달을 깊게 본인에게 솔직하게 말하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라 말하고싶다. 여러분이 진정 승무원으로 '일을 하고 싶어서' 그 꿈을 꾸는 것인지, 아니면 승무원으로서 누리는 그 혜택인 '여행을 하고 싶어서' 그 꿈을 꾸는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본인이 그 여행을 위해 겪어내야하는 실질적인 '업무'를 잘 알고 생각하고 그걸 꿈꾸는 지를 말이다.

여러분들의 청춘과 꿈은 소중하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기에 내가 뭐라고 감히 말할까 싶다. 원래 인간은 본인이 정한 건 곧 죽어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동물이라 나는 생각한다. 더군다나 꿈은 더 그렇고. 그러니 얼굴도 모르는 내가 어찌 여러분들의 소중한 목표를 함부로 잘 생각하라고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글을 쓰는 내 자신도 사실 참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한 꿈을 이뤄놓고서는 쉽게 세달 만에 그만두거나 1년만에 그만두는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부디 어렵게 결심하고 홀로 고독한 싸움을 해 나가야하는 상황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전하는, 함께 늙어가고 꿈을 꾸는 현직의 조언을 여러분들은 똑똑하니 잘 받아들여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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