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마음일기
"세상에...아가씨는 승무원 안하면 뭐하려고 했어요?
승무원이 팔자네. 천직이야"
"아..저요? 근데 뭐 세상에 할 건 많으니까..하하."
여러분들은 사주를 믿을까? 본인이 태어나면서 정해진 큰 틀의 운명이라는 사주. 예전부터 전해내려오는 큰 통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주. 사람마다 갖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서 사주는 믿거나 말거나라고 생각한다. 믿는 사람은 믿고 안 믿는 사람은 안 믿고. 아, 나는 믿냐고? 나는 조금은 믿는 편이다. 하하...
그렇다면 승무원 사주과 팔자는 따로 있는 것일까? 예전부터 나는 신년운세를 보거나 할 때면, 아니면 종종 친구들 따라서 사주를 보러 갔던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꼭 사주 봐주시는 선생님들은 빠짐없이 내게 "아가씨는 승무원 팔자다, 역마가 많다, 돌아다니는 직업이 잘 맞을 것이다, 해외로 나가라." 라는 말들을 꼭 해주셨었다. 승무원 준비생이 되기 이전에는 에이, 본인 인생 살아가기 마련이지하면서 무시했는데, 어느 날 승무원 준비생이 되기로 결심하고 도전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왠지 저런 말들이 하나같이 다 나를 위한 말이고, 내가 꼭 승무원이 될 것만 같은 힘이 되는 말들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곱씹었던 것 같다. 그래, 나는 승무원이 될 운명이니까 분명히 이것도 다 지나가고, 난 승무원이 될 거야. 그러고는 이렇게 현직 승무원으로, 그것도 국내가 아니라 외국항공사승무원이 되어버렸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해외 오픈데이로 면접을 나가기 전에, 동네에 가끔 들렸던 사주봐주시는 선생님께 간 적이 있었다. 선생님께 매번 떨어지는 내 자신도 싫고, 이젠 진짜로 나가야겠어요하면서, 가면 합격할까요?라며 상담 겸 사주를 봤다. 그 선생님은 항상 내게 사주 상 나는 작은 물에서는 안 놀고, 큰 물에서 놀 거라고 해주셨다. 큰 회사에서 나를 좋아할 거라고. 그러면서 내게 그 달인 10월에 분명 될 거라면서 말을 해주셨다. 아주 사주에 떡 하니 크게 직장 관운이 자리잡혔다면서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의 맘으로 나간 그 면접에서 신기하게도 합격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일하고있다. 그리고 그 회사는 바로 세계 최고의 항공사이니까. 정말 말씀처럼 큰 물에서 놀고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사주의 매력과 사주가 맞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요즘에도 든다.
사람마다 사주는 다르고, 그 사주가 본인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느냐 아니냐는 다르다고 한다. 사주의 큰 틀에 맞춰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사주에 크게 영향을 덜 받고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단다. 이런 사사로운 것까지 파고든다면 정말 사주의 세계는 다르겠다. 생각해보니, 이전에도 한 글에 쓴 적이 있었는데, 우리 한국인 배치 동기들도 다들 사주에 역마살이 있다고했다. 나처럼 역마살이 센 친구들도 있었고, 세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들 역마살이 있었다. 그러고 다들 세세한 성격은 달랐지만, 아무래도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한 가지 일에 궁둥이를 붙이고 일하는 것을 덜 선호하는 건 맞는 것 같았다. 큰 틀에서 본다면 아마 승무원으로 일하기에 더 적합하고, 적응력이 빠른 사주가 존재하는 것 같다.
아, 오늘의 이야기가 절대 승무원 사주는 존재한다, 사주를 믿어라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를! 사주는 믿거나 말거나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이고 그걸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사주에 역마살이 많고 승무원 팔자라고 하지만, 실제로 내가 승무원으로 준비할 생각이나 의지가 없었다면 나는 분명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결국 내 의지와 힘으로 승무원이 된 것이다. 사주 역술가가 당신에게 역마살이 많고, 승무원 팔자라고 했다? 그러면 기분좋게 그렇구나, 나는 승무원이 결국에는 될 거라면서 힘을 얻고 그대로 승무원 준비에 힘을 박차면 되는 것이다. 만약 당신에게 승무원 팔자는 아니고, 승무원을 하기 보다는 다른 것이 더 잘 맞는다면 참고사항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아, 내 성격 상 이런 부분이 더 잘 맞으니까 그렇게 나온 걸지도 모른다면서 조언으로 삼아듣고 플랜 B로 그 부분을 포커스도 맞춰서 함께 승무원 준비를 해도 되는 것이다.
승무원 사주? 믿거나 말거나. 믿고 싶으면 믿고, 아니면 말고이다. 그런 사주의 힘이 본인에게 더 많은 의지와 원동력을 준다면? 그러면 믿으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