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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Dec 11. 2024

외톨이 아닌 외톨이, 외국항공사승무원

EP.직업일기

"**야. 이번에 &&이 결혼식에 올 수 있어?"

"하아..안그래도 스케줄 바꾸려고 지금 노력중인데 아무도 내 호주 멜버른 비행을 안 가져가려고 해. 정말 가고싶은데 갈 수 있을까? 

나도 애들 얼굴 또 보고싶은데ㅜ"

"그러게 말이야. 이번에도 다들 모일 거 같은데. 정말 아쉽네. 

또 그게 외항사승무원의 단점이구나." 

 올해 8월에 정말 운이 좋게도 휴가 날과 대학교 동기 오빠의 결혼식의 겹쳐서 여유있게 다녀왔었다. 그러고 당시에 웃으면서 나 스케줄 바꿔야하니까 빨리 내년에 결혼 할 거 같은 사람있으면 말해봐라고 했는데 4명이나 주르륵 손을 들었다. 세상에...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3번의 월요일을 보내면 바로 2025년이고, 그 4명 중 첫 스타트로 대학 여자 동기가 1월에 결혼을 올린다. 그런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서 나는 요즘 1월 스케줄 변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족들의 경조사와 친구들의 결혼 등과 같은 소식이 들려오면 외국항공사 승무원으로서, 나도 모르게 외톨이 아닌 외톨이같은 심정이 든다. 나도 아무런 제약없이 축하하러 가고싶고, 친구들 얼굴도 보고, 신나게 뒷풀이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싶은데... 결혼식에 참여할 겸 가족들이랑 재미나게 시간도 보내고 싶은데 말이다. 이럴 때 참 외국에 사는 것에 대해서 씁쓸하면서도 외항사승무원으로서의 단점이 크게 다가온다. 바로 가족들이나 친구들의 겹경사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면서 의도치않게 스스로 외톨이가 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을.

  어제 대학 동기 언니와 위와 같이 대화를 나누기 이전에, 언니의 카톡 배경을 보니 언니 역시 웨딩 디데이가 적혀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먼저 안부 인사를 보내면서 언니도 이제 곧 가는구나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언니는 또 다른 대학 동기가 3월에 두 번째로 결혼을 한다면서 미리 소식을 전해주었다. 하나 둘 씩 본인 인생의 배우자를 찾아 떠나는 이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이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3월에는 과연 축하하러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순간 몰려왔었다. 1월에도 못 가고, 3월에도 못 간다면 뭔가 더 슬플 것 같았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 동기 동생 역시도 스케줄 변경을 하지 못해서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예전에 말을 건네 온 적이 있었다.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라 꼭 가고 싶었는데 못 갔다며 말하는 동생의 얼굴과 말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었다. 어쩌겠냐면서 말을 했지만 참 그 아쉬움이 여실하게 잘 느껴졌었다. 그런 동생처럼 이젠 나도 그 아쉬움을 벌써부터 느끼고있다. 하필 스케줄을 주어도 그지같이 줬다면서 로스터팀을 원망하면서 말이다. 

 가족들이 경조사도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외국항공사승무원이다. 가족들의 생일에는 카톡으로 대신한 지 꽤나 시간이 흘러버렸다. 케잌에 초를 키고 고양이와 함께 가족들이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그 추억이 어느 때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져버렸다. 

 오늘 유투브를 보다가 최근에 국내항공사 경력직으로 이직에 성공한 분의 이야기를 봤다. 그녀에게 왜 이직을 하려하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했냐고 묻는 댓글이 있었는데, 그녀의 대답을 보고서는 나와 같은 생각이었구나했다. 바로 "가치관의 변화" 였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마주하고 부대끼고 일을 하면서 시간의 흐름만큼, 쌓이는 경험만큼 나의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기는 중이다. 좋거나 싫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족을 만나러가고, 가족과 함께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승객들을 보면서 참 생각이 많아졌다. 어르신 노모 부모를 모시고 함께 중국 여행을 가면서, 중간에 승무원들에게 부탁을해서 생일 케잌을 준비해서 노래를 불러드리는 걸 영상을 찍고 정말 감사하다면서 준비했던 한 아저씨를 보면서 내가 대신 가슴이 뭉클했던 추억이 있다. 해외에 가서 맛있는 걸 먹을 때, 정말 아름다운 관경을 바라 볼 때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족과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좋았다. 여행에 있어 중요한 건 어쩌면 목적지와 나라보다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인 승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말을 더 붙이고 잘해주는 것도 같은 나의 가치관 변화의 연장선이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점점 가족들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점점 깨닫고 알게 되는 중이다. 이 또한 이 직업을 했으니까 남들보다 더 깊게 알아가는 것 아닐까싶다. 외톨이 아닌 외톨이로 오늘도 힘차게, 하지만 쓸쓸하고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는 외톨이 외국항공사 승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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