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에...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니

EP.비행일기

by 꼬마승무원

"에잇..tlqkf새끼!! ro쉐끼!!"

"세상에... 어디서 그런 걸 다 배웠니.."

"나? 드라마 드라마. 헤헤"

이게 바로 진정한 한류 열풍인건가. 요즘 어느 비행을 가든 한국말을 꽤나 잘하는 크루들이 많다. 꼭 한 두명은 한국말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한국말 수준을 가진 크루들을 만나는 것 같다. 이렇게 예상보다 수준 높은 한국어 능력을 갖춘 크루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크루들은 한국인 승무원들을 만나면 신나게 본인이 알고 있는 "욕"을 시전한다. 바로 위에 언급된 다양한 새끼들 뿐만 아니라 아 이런 말도 아는구나..싶을 정도로 욕에 대해서 잘 아는 외국인 승무원들이 참 많다. 그러면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런닝맨 같은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배웠다고 한다. 이전에는 더글로리에 나오는 연진이...한테 많이 배웠다는 크루들이 참 많았다. 아, 그리고 당연히 한국인 크루들한테 배우기도 했고 말이다.

나도 처음에 회사에 조이닝하고 욕을 아마...인삿말을 제외하고서는 먼저 다른 외국인 승무원들한테 배운 것 같다. 한창 트레이닝 중에, 같은 배치의 타국 친구가 욕을 하나 알려주었다. 왜 이렇게 욕을 배우는 건 재밌는지... 그러자 장난으로 룸메이트 동생이 밝고 희망찬 얼굴과 큰 목소리로 그 욕을 말했더니 배치의 모든 친구들이 놀라고 웃으면서 "세상에!!! 누가 **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야!" 라면서 떠들썩했던 추억이 있다. 그러면서 애들이 다들 주의를 줬다. 절대 어디가서 그 말을 큰 목소리로 자주 말하지는 말라면서 말이다.

영어가 공통언어라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나를 방어아닌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욕을 먼저 배웠다. 물론 내가 물어봐서 배운 욕도 있지만 의도치않게 크루들이 워낙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심심찮게 들리길래 조용히 몰래가서 "저게 무슨 말이야? 뜻이 뭐야?" 라면서 물어본 것도 많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말들은 다 필요없고, 타국의 욕은 내 머릿 속에 아주 각인이 잘 되었다. 나도 모르게 짜증나거나하면 한국 욕보다는 다른 나라의 욕이 먼저 생각이 나는 경우도 많다. 하하.

이게 바로 다국적 회사에서 일하는 장점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언어도 다양하고 배우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물..물론 배움의 시작이 욕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조금 뭐하지만 말이다. 하하. 그래서 그만큼 나는 조심하려고한다. 앞전에 말했듯이,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모르게 다른 외국인 크루들은 한국말을 잘 못하겠지라고 단정지어서 욕을 하거나 뒷담 아닌 앞담을 까버리면... 참 난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은 잘 못해도 듣는 건 다 알아듣는 크루들도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Don't judge the book by it's cover라는 속담이 단순히 겉모습 뿐만이 아니라 언어 역시도 해당되는 속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겉모습으로 해당 나라 사람은 한국어를 못하니까 욕해도 되겠지..라는 것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말이다. 음... 일하면서 언어의 사용에 대해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의 일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외톨이 아닌 외톨이, 외국항공사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