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마음일기
우리 부모님께선 내게 넌지시 항상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씀을 자주하셨다. 학생 때는 공부를 해야하는 시기이고 때이기에 할 수 있을 때 해야한다는 것. 내가 꿈을 꾸고 돈을 모을 수 있는 때가 있기에 그 시기에 맞춰 살아가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당시에는 "학생이니까, 공부해야지!" "이젠 성인이니까 원하는 꿈을 꾸고 돈을 모아야지!" 라는 말에 당시에는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말들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 맞는 말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모든 것에는 때와 시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요 며칠 사이에 함께 사는 룸메이트 언니와도 위와 같은 주제로 말을 나눈 적있다. 서로가 품고 있는 고민을 가지고 말을 나눴고, 나는 조심스럽게 결국 모든 것에는 때와 시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종종 전현직 승무원 카페를 들어간다. 간혹 여러분들의 의견을 구한다면서, 본인 나이가 40살인데 무경력이고 해외에 살다 온 경험도 없고 이제와서 승무원으로 지원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냐면서 자문하는 내용이었다. 젊었을 때에는 잊고살고 무시하던 꿈이었는데, 이제와서 나이가 들고보니 다시 꿈에 대한 열망이 살아났다는 글이다.
정말 그 글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참.. 그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착잡하다는 맘이 조금은 든다. 왜 그 당시에 본인의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고 무시했는 지 말이다. 물론 당시에 본인의 상황과 마음가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한 상황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다 아쉽다. 외항사는 가능할까요?라고 하는데 외항사도 채용 상황에 따라 달라서 차마 '외항사는 가능합니다.' 라고 강력하게 말하기도 뭐하다. 카타르항공에 다니는 지인 언니도 30대 중반에 무경력이지만, 합격하셨고 지금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비행하고있다. 하지만 이 언닌 해외에서 거의 10여년을 산 사람이다. 요즘 중동항공사는 나이를 점점 보는 추세이고, 케세이 같은 항공사도 얼추 사람들을 많이 뽑아놨으니 또 왕창 뽑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인원이 급해서 많이 뽑아간 만큼, 다음 채용때는 아마 전보다는 매의 눈으로 사람들을 고를 것이다. 최근에 남자 영어학원 원장님이 최종합격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잘 생각해보아라. 그분은 영어학원의 원장님이시다. 원어민급으로 영어도 잘하시고 토익 만점도 많이 받으셨던 분. 심지어 영어 라디오에서 방송도 이끄신 분이다. 정말 특출나게 뭔가가 뛰어나야지 면접관들도 눈여겨 봐준다.
모든 것에는 때와 시기가 존재한다. 제 3자의 눈으로 보더라도 아직 충분한 시기와 때가 남았다면 가능하다. 본인의 강한 의지로 그냥 밀어부치겠다면 감히 누가 말리겠는가싶다. 내가 뭐라고 이래라 저래라 하겠냐만은. 하지만 준비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 건 아쉬움이다. 본인이 느끼는 아쉬움과 후회. 아, 그때 할 걸. 젊었을 적에 해볼 걸. 그 때 열심히 할 걸.
요즘 나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느끼지만, 공부가 10대 시절에 했던 것만큼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참 쉽지 않구나싶다. 이래서 다들 공부에 때가 있다는 것일까 싶었다. 나도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니기에, 더 한 살 한 살 먹기 전에, 더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내게 찾아오기 전에 새로운 도전에 임해볼까하는 마음가짐을 최근에 먹었다. 하고 싶은 것이 최근에 스물스물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 적은 일기는 여러분 뿐만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에게 말하는 이야기이기도하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더 후회와 아쉬움으로 인해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내게 '너 왜 그 때 안했어.'라면서 자책하지 않기 위해서. 내 스스로에게 전하는 편지같은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인지라 그 당시에는 다른 생각과 마음가짐이었기에 미래의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해보고 포기하는 것과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다르다. 그 당시에 한번 해봐? 라는 마음가짐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주저없이 조금의 시작이라도 해봤다면 지금의 아쉬움과 후회는 덜 했을 것이다. 아니면 전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당시에 시작을 해봤기에, 그 시작을 통해서 느낀 것이 있었기에 지금의 고민은 덜하고 쉽게 떨쳐버릴 수 있지 않는가싶다.
더 큰 아쉬움과 후회가 찾아오기 전에, 나도 지금이 좋은 시기와 때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한다. 시작을 해보고 안 해보고 생각만으로 그치는 건 정말 다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