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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Dec 11. 2024

승무원들의 객실 서비스란.. 아기 키우기?

EP.직업일기

"꼬마 승무원님. 객실승무원이 되어보니까 어때요? 일을 할 만하신가요?"

"네, 선생님. 이제 어느 정도 경험과 경력이 쌓아가니까 이제서야 일이 돌아가는 것도 눈에 보이고 그나마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잘 적응하고 계신 거 같아서 참 좋아요. 저는 현직으로 일했을 때, 항상 비행기 안에 타면 승객들이 다 아기 같아 보였어요. 성인인 아기들 말이에요."

"아.. 듣고 보니까 그렇네요. 객실 서비스는... 정말 아기 키우는 거 같아요."

 승준생 시절, 나의 부족했던 마지막 1%의 영감을 채워주시고 합격을 함께 만들어주신 선생님과 과거 나눴던 대화를 시작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맘이 힘들 때, 고민이 많을 때 바쁘신 선생님을 붙잡고 죄송스럽게도 통화가 가능하냐면서 종종 대화를 나눴다. 그런 선생님과 대화 중, 하루는 선생님께서 에티하드 현직으로 계셨을 당시에 느꼈던 객실 서비스에 대해 공유해 주셨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지나고 보니 정말 똑같이 느낀다. 승무원에게 객실 서비스는 다 큰 성인인 아기들을 키우는 것 같다는 것을 말이다. 

 승무원의 주된 임무는 안전이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것들 이외에 나머지 임무는 바로 서비스이다. 그래서 승무원을 흔히 하늘 위의 웨이트리스, 웨이터라고 하지 않는가. 근데 그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흔히 음식만 주는 것이 아닌 별의별 걸 다 하는 것으로 범위가 광범위해지는 것이다. 

 내가 다 큰 성인인 애기들을 키운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비행기라는 특수한 공간 특성 상, 승객들이 안에서 볼 일을 보는 그 순간을 제외하고서는 모든 것들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기라는 공간에 대해 승무원들만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승객들을 우리는 안전하게, 잘 보살펴서 그들의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임무가 있고 말이다. 배고프고 목마르다고하면 음료와 음식을 가져다줘야하고, 쉬는 시간에는 간식이 없냐면서 물어본다. 그러면 간식을 제공해야한다. 화장실에 휴지와 칫솔 등의 어메니티들이 없다고하면 휴지와 기타 필요한 것들을 채워줘야하고, 화장실이 너무 더럽다며 치워달라고하면 바로 장갑끼고 가서 치워줘야한다. 

 앞 좌석 승객이 너무 좌석을 뒤로 젖혀서 스크린이 코앞에 있어서 불편하다면서 본인을 대신해서 앞에 앉은 승객에게 대신 전해달라고한다. 아니면 본인 다리가 너무 길어서 좌석 공간이 좁으니 다른 넓은 레그룸의 좌석이 있는 지 찾아달라고한다. 본인이 채식주의자인데 미리 음식 신청도 안해놓고서는 지금 제공되는 일반적인 음식은 못 먹는다면서 떼를 쓴다. 그러면서 다른 대안책을 주니까 그제서야 방긋 웃는다. 비즈니스에서는 좌석을 침대처럼 어떻게 만드냐면서 직접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 또 지금 본인은 밥 먹기 싫다고 나중에 자기가 배고프면 벨을 누를테니 그 때 챙겨달라고한다. 아니면 당시에는 밥을 안 먹겠다면서 본인 안 챙겨줘도 된다더니 나중에는 배가 고프다면서 음식이 뭐가 있냐고 청개구리같은 심보를 보여준다. 밥 다 먹고나서 갑자기 또 배고프다면서 컵라면도 끓여달라고한다. 나열하고보니 그렇다. 다 큰 성인인 아기들을 키우는 것 같다. 

 "이거 해줘" , "저거 해줘" 하는 승객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어머 도대체 왜 저러는거임?' 하면서 짜증이 폭발해서 일하면 본인만 힘들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넓은 이해심과 '승객들은 다 아기이다..' 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응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짜증보다는 '그래..아기니까 내가 이해하고 키워내야지.' 하는 더 넓은 유함과 마음을 가지게 된다. 관점을 다르게 보고 바라보면 부적정이고 짜증나는 것들도 어느 시점에는 더 긍정적이고 유연한 관대함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선생님께서는 내게 이런 사고의 유연성에 대해서 넌지시 알려주신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예전에 한 글에서 마지막에 막내로 들어온 크루의 이전 직업이 특수학교교사였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모든 크루들이 "우와~" "와우!" 하면서 일동 은은한 환호를 보냈다고 말이다. 이게 바로 그것이다. 특수학교 교사였으니 그 얼마나 많은 인내심과 포용력을 가졌을까? 그러니 승객들을 '아기 키우는' 마인드와 관점으로 누구보다도 더 성실하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응대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회사에서는 그녀를 뽑았을 것이다. 실제로 특수학교 교사 출신 승무원들이 참 많다는 건 안 비밀. 

 오늘도 쉬는 날이다. 나는 내일 스탠바이이지만, 불릴 지 안 불리지 모르겠다. 불리면 오늘도 나는 '아기 키우는 마음가짐'으로 승객들에게 더 유연하고 넓은 포용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한다. 아 응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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